창선감의록은 명나라 가정 연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소설이면서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현대의 독자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당시 조선시대 사대부들에게 명나라는 타국이 아닌 문화의 중심이자 문명국이었다. 이는 정치적인 예속관계와는 다른 차원으로, 중국과 동일한 학문과 문학, 역사를 공유하는 것은 서양의 여러 나라가 라틴어 문학을 이탈리아 문학으로만 한정해 인식하지 않았던 것과 동일하다. 다시 말해 중국 명나라를 배경으로 한 것은 '타국'보다는 '역사'의 의미에 초점을 두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명나라 가정 연간은 타국의 역사가 아닌 역사 그 자체였던 것이다. -46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