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대신 마음을 여는 공감 글쓰기
이강룡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0년 7월
절판


슬픔을 표현하고자 하면 슬프다고 쓰지 말고 슬픔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훌륭한 사진 하나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문자라는 수단이 없으니 한 장면으로 정서를 전달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좋은 사진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아주 좋은 글쓰기 연습입니다.-45쪽

성북구청에 근무하는 분이 글쓰기 강의 시간에 이런 제목을 단 글을 써 왔습니다. '김치는 이제 그만 보내주세요.' 주민들이 불우이웃돕기 물품으로 김치와 쌀, 라면 같은 것을 주로 보낸답니다. 그러나 절실히 필요한 것은 기부물품이 아니라 주민들 간의 유대를 만들 수 있는 사회적 자본이라는 거예요.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며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과 후 교사가 필요하고, 주민들끼리 협업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공동체 활동가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범주 원칙을 적용하여 제목을 이렇게 첨삭했습니다. '김치 대신 김씨 선생님을 보내주세요.'-115쪽

자기소개서 작성에 관해 첨삭할 때 제가 늘 드리는 말씀이 있는데요, 잘하고 싶은 것(다짐, 바람, 미래)에 관해서 쓰기에 앞서 잘하는 걸(경험, 객관적 사실, 과거) 많이 쓰라는 겁니다. 독자(인사담당자)의 입장에서 보면 왜 그래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죠. 잘하는 게 없는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잘하는 일처럼 포장합니다. 그러면 인사담당자의 판단이 흐려집니다. 짜증나죠. 대신 이런 태도로 임하면 어떨까요? 나 이렇게 열심히 일했고, 이런 분야에서 이런 전문성을 키웠다. 뽑을래? 말래?-123쪽

<브이 포 벤데타>는 표현의 자유를 박탈당한 시민들이 자유에 눈을 뜨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여기서 전체주의 정부에 저항하는 투사인 브이는 무고한 시민을 희생시킨 주동자들을 찾아 하나씩 처단합니다. 생체 실험을 주도했던 박사를 죽이기 직전 박사가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자, 브이가 이야기합니다. "당신이 하고자 했던 걸 들으러 여기 온 게 아니오, 당신이 한 일 때문에 여기 온 것이오." 그렇습니다. 판단 기준은 하고자 하거나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한 일입니다. -124쪽

아인슈타인이 그랬습니다. 과학자에게서 과학을 떼어놓았을 때 무엇이 남는지 보라. 그것이 그 사람을 규정한다. 그 사람이 남긴 평소 생활 행적이 그를 규정한다는 겁니다. 서정주에게서 시를 떼어놓으면 무엇이 남나요. 일제에 붙어먹은 비겁한 짓이 남습니다. 타이거 우즈에게서 골프를 떼놓으면 무엇이 남나요. 여러 애인들이 남습니다. 로스트로포비치에게서 첼로를 빼면 무엇이 남나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모든 공연 일정을 취소하고 장벽 앞으로 달려가 자유를 외쳤던 아름다운 한 남자의 모습이 남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것은 글쓰기에서 그렇게 중요한 부분이 아닙니다. 이미 벌어진 일을 직시하고 거기에서 교훈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과거형, 확정형을 사랑합시다.-124쪽

자기가 쓴 글을 펼쳐놓고 '-되다'라고 쓴 구절을 -하다'로 바꾸기만 해도 문장의 품격이 달라질 겁니다. 수동형 표현을 능동형으로 다 고쳐놓고 보면 그래도 수동형으로 두는 게 더 나을 듯한 문장이 간혹 나올 겁니다. 수동형 문장은 그럴 때 쓰라고 있는 겁니다.-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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