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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르던 떡붕이 ㅣ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24
소윤경 글.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9월
어느 날 너무너무 지루해 죽을 것 같아서 세상 구경에 나선 떡붕이.
함께 사는 언니는 낮잠에 빠져 있고, 짜장면 도착했다는 소리에 부시시 일어난다.
엎어져 있는 '꽃보다 남자'와 책장에 꽂힌 익숙한 제목의 책들이 눈길을 끈다.
중국집을 빠져나와 거리로 뛰어든 떡붕이.
그러나 거북 걸음으로 사람 많고 차도 많은 위험한 거리는 그야말로 전쟁터!
털복숭이 개가 조심하라고 일러주었음에도 역시 만만치 않다.
불량스런 고양이들한테 혼쭐이 나기도 했던 떡붕이.
춥고 배고프고 갈증도 나고...
역시 집 나가면 고생길이라는 걸 온 몸으로 보여준다.
그러다가 하늘을 나는 자유로운 새를 보고 한껏 갈망을 품기도 했다.
바다에 가면 바닷속을 나는 이들이 있다는 정보에 호기심을 잔뜩 품었지만
멀기만 한 아득한 바다.
너무도 지쳐서 이젠 집 생각이 간절해졌을 때,
떡붕이를 찾는 언니야가 붙인 전단지를 보고 누군가 연락을 취해주었다.
두두두두 다다다다 달려오는 언니야.
아, 저 간절한 표정이라니, 자식을 잃었다가 찾은 어미의 얼굴이다.
실제로 그런 마음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이제는 전용 풀장(?)에서 한가로운 때를 보내기도 했지만,
다시금 바깥 세상 생각이 나버리는 떡붕이.
때마침 도착한 택배 기사님.
어머 '터틀'이란다. 딱이지만, 지금 집 나가면 또 얼마나 고생일지, 이제는 철 좀 들어서 알고 있다.
작품은 이렇듯 해피엔딩이지만, 작가님의 실제 경험담으로는 저렇게 어렵게 찾은 떡붕이가 결국 집을 나가서 못 찾았다고 한다. 십 수년을 같이 살아서 정말 가족이 되어버렸을 텐데 그 상실감이 오죽 컸을까. 작품으로나마 그 마음이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에 만난 내 친구는 이집트에서 2년을 넘게 지내다가 돌아왔는데, 반가이 맞아줄줄 았던 기르던 개가 몇 달 전에 집을 나간 채 돌아오지 않고 있어서 많이 허탈해 했다. 그리움이 꽤 컸을 텐데 나도 같이 안타까웠다. 워낙에 한 달만이라도 집에 잘 찾아오는 녀석이었는데 몇 달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으니 이미 생사를 달리했을 거라고 집안 식구들은 추정하고 있었다. 워낙 12살에 나이도 많았고, 계절도 계절이고....ㅜ.ㅜ 친구네 개와 같은, 이 작품 속 떡붕이 같은 존재가 참 많을 테다. 애완동물을 길러보진 못했지만 그 지극한 감정은 상상이 가능하다. 재밌게 읽은 책인데 마지막에 마음이 조금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