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염 할아버지 ㅣ 보림 창작 그림책
한성옥 그림, 이상교 글 / 보림 / 2001년 12월
표지의 제목을 수염 할아버지의 수염이 장식하고 있다.
할아버지의 특징을 제대로 잡아냈다.
수염 할아버지의 남다른 수염을 보면서 '산타 할아버지'의 일상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전혀 관계 없었다. 어린 아이들을 예뻐하는 모습이 산타 할아버지와 닮아있기는 했지만.
할아버지의 수염 패션 모음이다.
양치질 할 때 수염이 젖지 않게 묶어줄 필요가 있고,
운동할 때, 밥먹을 때, 그리고 일할 때도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뿐인가.
잠잘 때는 달리 이불이 필요 없을 정도다. 배만 덮으면 탈은 안 날텐데,
할아버지 수염이 딱 배를 적당히 가려주는 것이다.
할아버지의 수염은 일상 생활 속에서 요긴하게 활용된다.
일하다가 붓을 페인트 통에 홀랑 빠뜨려서 난감했던 할아버지.
묘안을 짜내어 수염을 이용해서 벽에 붓질을 마쳤다.
수염 빨아내려면 고생 좀 하셨을 듯하다.
청소할 때도 수염을 활용하기.
역시 수염 빨아내는 게 보통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이들의 놀이터로 수염을 거침 없이 내주고,
애완견을 산책시킬 때는 달리 손을 쓸 필요도 없다.
수염은 할아버지에게 있어 가제트의 만능 손 역할을 한다.
모처럼의 데이트.
할아버지의 저 발그레한 얼굴과
나비 넥타이 모양으로 묶어낸 수염을 보시라.
할아버지의 센스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인정 많은 할아버지는 낚시를 하러 갔다가 둥지에서 떨어진 어린 새를 발견한다.
수염으로 새의 안식처를 만들어 주었지만 밤새 수염 속에 새를 품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할아버지의 난감한 표정.
고민이 없을 수 없지만, 사랑이 넘치는 할어버지에게 이깟 것은 희생도 아니다.
수염이야 또 자랄 테니....
아쉬운 마음을 애써 달래는 할아버지.
따뜻한 마음씨에 감동 받았다.
그리고 짧아진 수염도 할아버지에게는 몹시 잘 어울린다.
로맨스 그레이다운 풍모랄까.
수염은 금세 자랄 거예요. 기운 내요, 수염 할아버지!
글씨도 거의 없이 그림만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매끄럽고 재밌다.
이렇게 글없이도 많은 이야기를 품어내는 이야기책이 진정한 고수라고 생각한다.
한국어린이 도서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수상의 이유를 충분히 납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