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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1
윤태호 지음 / 한국데이타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작년에 이 책을 추천 받았었다. 중고로 1권만 사둔 채 오래도록 쟁여두었는데 영화화 소식을 듣고 나니 원작이 궁금해졌다. 기왕이면 종이 책으로 다 보고 싶었지만, 2.3.4.5는 기다려도 중고로 못 구해서 온라인 연재 분으로 보았다. 다행히 아직 내려져 있지 않았다. ^^
종이 책으로 보는 걸 더 선호하지만 가끔은 웹 연재의 세로로 내려 읽는 것이 분위기를 더 살릴 때도 있었다. 그건 양영순 작가의 '천일야화' 때문에 절실히 느낀 건데 이 작품은 꼭 웹을 고집할 필요는 없었다. 기왕이면 종이 책이 더 좋았을 거란 이야기.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이미 공개된 만큼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버지의 죽음으로 어느 시골 마을에 내려간 주인공이 비밀에 가득 싸인 마을의 이야기를 파헤친다는 건 이미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가끔 솜털이 바짝 서는 모습이 그림으로 나오기도 했는데 독자도 그런 느낌을 받곤 했다. 이장 집에 들어섰을 때 온 마을이 내다 보이는 풍경을 보는 순간 곤두서는 그 느낌이라니!
처음 작품 시작할 때는 박해일과 주인공 류해국이 꽤 닮았네... 싶었는데, 그의 성미와 과거까지 알고 보니 좀 약하다 싶기도 했다. 뭐 영화를 보고나서야 알 일. 그렇게 본다면 이장 역의 정재영이나 검사 역의 유준상, 그리고 주인공 아버지 역할의 허준호도 모두 어딘가 100%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물론,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건 강우석 감독이지만. 하핫^^
해국과 박검사가 처음 맞부딪힌 악연에 대해선 자세히 언급되진 않았지만, 둘 다 그 사건으로 치명적인 상처를 받았다. 그런데 그 악연이 필연처럼 얽히어 이야기를 자꾸 키워나간다. 다행스럽게도, 그 속에서 두 사람 모두 성장한다. 캐릭터로서는 박검사가 훨씬 매력적이었는데 그 날카로움을 과연 유준상 씨에게 기대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긴 하다.
작품이 하일라이트에 접어서 절정을 치달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와 관련하여 언급한 리플들이 많았다. 다시금 씁쓸했다. 작품에서 은유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정치와 사회와 인간 본질에 대한 것들이 섬뜩하게 다가올 때가 많았다. 한꺼번에 몰아서 봤는데 연재분으로 본 사람들은 기다림에 지치고 기대감에 부풀고 숨막히는 반전들에 여러 번 숨을 골랐을 것 같다. 이제 개봉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영화로 다시 한 번 감상할 순간을 기다려야겠다. 너무도 인기 많았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니 강우석 감독의 역량이 다시 한 번 평가받는 순간이 되지 않을까.
이 작품을 보고 나니 자연스럽게 야후도 궁금해진다. 새롭게 신간도 나왔던데 역시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표지의 눈 가리고 입 가리고 귀를 막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것 역시 중요한 메시지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