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박웅현, 강창래 지음 / 알마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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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은 언젠가 신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좋은 광고인이 되기 위한 조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인문학적인 소양입니다."
박웅현은 처음 만난 날에도 이 말을 했다.
"광고라는 도구를 통해 소통하는 방법을 찾을 때 창의력이 필요한 거고 그 창의력을 위해서는 인문학적인 소양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출판사 열린책들 홍지웅 대표도 같은 말을 했더라고요. 좋은 출판인이 되는 조건도 인문학적인 소양이라는 겁니다."
공감이 된다. 인문학이란 사람에 대한 학문이다. 문화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이 구체화된 결과물이고, 문화 현상 가운데 하나가 예술이다. 예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전제로 한다. 그러니 당연히 인문학적인 소양이 필요하다.
-50쪽

광고는 시대 읽기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은 껌 광고에서부터 기업 광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의 광고에 필수적이다.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광고는 공감대가 없고, 공감대가 없는 광고는 존재 이유가 없다. 시대를 보는 새로운 시선을 준다는 측면에서 전혀 히까닥하지 않은 광고를 하는 나에게 영양제가 되어준다.(중략)
광고는 또한 사람 읽기다. 갓난아이부터 파파 할머니까지 모든 사람들의 바람과 현실, 희망과 절망을 가능한 한 많이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들과 진솔한 대화를 할 수가 있고 진솔한 대화가 있어야 그들의 마음은 열린다. 광고는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열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우리는 타깃 분석에 그렇게 많은 시간과 땀을 투자하는 것이다. 사람이야말로 아는 만큼 보이고 그때 보이는 것이 전과 같지 않은 존재다.
-52쪽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우리는 어릴 때 수도 없이 넘어지면서 걷는 데 천재가 되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누구도 넘어지면서 일어나라는 명령에 따른 것이 아니다. 스스로 하려고 해서 이룬 일이다. 실패를 하고도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은 그 실패마저도 즐겁다. 성공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무언가’를 배운 기회였기 때문이다.
에디슨식으로 말하면 천재란 2,000번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며, 창의성은 2,000번 실패한 뒤에 얻을 수 있는 빛과 같은 것이다.
-151쪽

"광고주가 일에 대한 토론을 하다가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내가 돈을 내는 사람인데 이렇게 마음대로 못한다는 게 맘에 들지 않는다. 나는 박사 학위도 가지고 있으며 이 길로 들어서서 나름대로 성공해온 사람이다. 이러는데 ‘박사’라는 말이 딱 걸리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죠. 저는 박사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광고 만드는 일에만 22년 동안 전심전력으로 일했습니다. 일과 진심으로만 이야기를 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말했죠. 분위기는 말할 필요도 없이 싸늘해졌죠."
-257쪽

광고를 제작하는 입장에서 보면 그래서 전쟁터가 된다. 광고주는 광고 제작 책임자와의 관계를 환자와 의사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호텔에 든 고객과 호텔지배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로 보면 박웅현의 생각이 옳을 때가 많다. 그것은 광고라는 결과물이 가지는 성격 때문이다. 대개의 문화 상품들은 그런 속성이 있다. 아무리 공동 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해도 누군가 한 사람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어떤 것이 어떤 이유로 ‘좋은 것’인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적당한 말이 바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이다.
-258쪽

불리한 전쟁을 시작합시다.
적이 우리보다 수만 배쯤
강하다고 생각합시다.
우리에겐 식량도
무기도 부족하고 여론도 시간도
우리 편이 아니라고 생각합시다.
가장 용맹한 백곰마저
얼음 조각 위에서 죽어갔으며
돌고래의 함대는
해변에서
전멸을 당했다는
불리한 전황들을 직면합시다.
어처구니없는 전쟁을 시작합시다.
거실에도 자동차에도
버젓이 들어와 번지고 있고
서서히 지구의 온도를 높여가는
적들과 싸워나갑시다.
그들의 야유와 멸시에도
굴하지 않고
새까만 씨앗들이
겨울을 견디어내듯
조금씩 이겨나갑시다.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전쟁을 시작합시다.
e-편한세상 극장용 광고 <북극곰>
-265쪽

박웅현은 꼭 윤리적이거나 사회적으로 옳은 광고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기업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생각뿐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가치지향적인 광고를 만들어 낸다. 그것은 그가 ‘사람을 향하지 않은 기업은 성공할 수 없고’ 기업들 역시 ‘더 좋은 가치가 더 많은 이윤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 기업이 그것을 잊고 있다면 논쟁을 통해서라도 알려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이 광고주에 대한 자신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런 고집까지가 박웅현의 광고에서 발견되는 창의성을 만들어낸 요소다.
-2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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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5 09: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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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5 11: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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