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 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 유산 이야기 샘터 솔방울 인물 2
한상남 지음, 김동성 그림, 최완수 감수 / 샘터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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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재벌은 하늘이 내는 거라는 말씀을 하시곤 했는데, 그 말은 듣기 싫었지만 간송 선생님같은 경우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뜻이 있어도 경제력이 없으면 그 많은 문화재를 다 보호하지 못하셨을 것이고, 돈이 있어도 뜻이 없다면 의미있는 일에 쓰지 못할 테니 말이다.  

제목이 몹시 길어서 입에 착 붙지 않는 단점이 있다. 아무튼 다시 읊어보자. 간송 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 유산 이야기. 

선생은 일제 강점기 때 누구라도 쉽지 않을 우리 문화 유산 지키기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신 분이다. 수만석지기인 두 할아버지 집안의 늦둥이로 태어난 그는 집안 어른들과 형제들이 모두 돌아가시는 바람에 아직 어리다할 나이에 엄청난 상속자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재산을 허투루 쓰지 않고 외국인들에게 넘어간 우리 문화 유산을 되찾아오거나, 값진 유물들을 정당한 대가로 사오기, 그리고 지키기에 온 힘을 기울였다.  

한국사傳 전형필 편에 보면 경매 현장의 분위기를 재현해낸 부분이 있는데 제법 긴장감을 느끼게 하였다. 선생님이 지켜낸 보물들 중에는 이미 국보로 지정되어 우리 눈에도 익은 것들도 꽤 여럿 눈에 띈다. 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화가 대표적인데 덕분에 간송 미술관은 지지난 해 신윤복 열풍이 불 때 몸살을 앓다시피 했다. 너무 많은 관람객 때문에 말이다.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고려청자'의 대표 예로 역시 우리 눈에 익숙하다.  

도자기, 그림, 글씨는 물론 탑도 되찾아 오셨다. 가장 유명한 것은 경천사지 십층 석탑인데 103쪽 사진에는 소재지가 '경복궁'으로 되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1층 홀에 모셔진지가 수년인데 옥의 티다. 탑을 해체해서 일본까지 실어간 나아쁜 사기꾼은 일본 측에서도 얼굴 팔리는 일로서 결국 고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탑조차 가져갈 수 있었던 그들이었으니 좀 더 가벼운 것이라면 무엇인들 못 가져갔을까.  

일제 강점기 때도 살아남았던 보물들이 한국 전쟁 때 유실되거나 파손된 일들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때 보물 지키기에 또 목숨을 걸었던 분이 손재형과 최순우. 최순우 씨의 이름을 여기서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 

책은 전기로도 읽히고 역사책으로도 읽히고 예술서적으로도 읽힌다. 어느 쪽이든 유의미한 독서가 될 테니 문제 없지만, 126쪽에 보면 조금 걸리는 표현이 있다.  

원자 폭탄이 떨어지고 일본의 패배가 확실해졌을 때, 조선 총독 아베는 일본에 협력할 우리 나라 인사를 물색했습니다. (126쪽)

일본에 협력할 인사를 물색했다고 쓰니까 어쩐지 여운형 선생님의 모양새가 좀 우스워지는 느낌. 읽기에 따라서 사실이 좀 왜곡되어 느껴지지 않을까? 

이 책은 할인률이 꽤 좋았는데 5월되면서 갑자기 할인율이 떨어지면서 값이 올라갔다. 덕분에 사서 보려던 게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신청한 것도 나니까 별 차이는 없지만.. ^^ 

해마다 두차례씩 보름 동안 전시회를 가지는 간송 미술관인데, 지금 때마침 전시 중이다. 입장료도 없고 홈페이지도 없다. 그렇지만 찾아가는 게 어렵지는 않다. 4호선 한성대 입구에서 마을버스를 한 번 타도 좋고 걸어도 그리 멀지 않다. 돌아오는 가을에는 또 어떤 전시회가 열릴 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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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찌 2010-05-26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송미술관 꼭 가보고 싶었는데 좋은 정보 감사해요~

마노아 2010-05-26 14:59   좋아요 0 | URL
네, 즐겁게 다녀오셔요.^^

순오기 2010-05-26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선생님'만 안 넣었어도 입에 착 붙는데 그랬어요.ㅜㅜ
한국사전에서 전형필 봤어요. 그많은 재산을 의미 있는 일에 썼으니 위인이 따로 없지요.
부정한 방법으로 상속하는 그 인간들과 비교되죠.

마노아 2010-05-26 19:5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제목 센스가 좀 부족했어요.^^;;;
이 책 스타일에서는 김동성 작가님 그림이 빛날 여지가 별로 없더라구요. 아무래도 분위기가요. 그것도 좀 아쉬웠어요.^^
이런 분들이 거부가 되어야 하는데, 참 엄한 사람들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서 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