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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시즈 7SEEDS 16
타무라 유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4월
평점 :
위기를 기회로 바꾸곤 했던 하나에게 진짜 위기가 닥쳤다.
물을 찾아 동굴 속 절벽 아래로 내려간 하나를 료가 로프를 끊어 떨어뜨렸지만 그 살벌한 낌새를 눈치 채고서 몸을 챙겼던 하나. 덕분에 그 순간엔 살았지만 물을 찾은 다음에 안고와 마주치는 바람에 더 큰 위기에 빠져버린 것이다.
안고가 밀어낸 것은 아니지만, 전날 안고가 했던 짓이 있기 때문에 뒷걸음질 치던 하나가 물에 빠졌고, 가까이 있었으면서도... 더군다나 로프까지 있었으면서도 안고가 구해주지 않았으니 안고가 죽인 것이나 다름 없다. 물론, 다음 편에서 기사회생 하기를 고대하고 있지만......
안고의 행위에 대해 같은 여름A팀의 반응은 뜨거웠다. 누가 뭐라 해도 그의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고 이해받을 수 없는 짓이었다. 오히려 료가 계속 감싸는 게 놀라울 지경.
눈앞에서 하나가 쓸려내려가는 것을 보았을 때, 붙잡지 못하고 죽게 두어야 한다는 걸 알았을 때, 지난 시간이 모두 스쳐가던 타카하시였다. 운석의 충돌로 멸망 단계에 이른 지구에서 홀로 살아남아 15년을 버텨왔던 그의 외롭고 고통스런 시간들의 필름이다. 얼마나 절망적인지 단숨에 읽힌다. 그가 분노를 터트린 대가로 안고가 손을 다쳤고, 비록 충분히 합당해 보였음에도 그같이 폭력을 썼다는 사실에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이 사람의 됨됨이에 두 번 놀라게 된다. 그가 말한 인간의 정의와, 안고가 내세운 인간의 정의, 서로 충돌하는 가운데 둘 모두를 인정하게 된다. 인간이기에 그렇게 잔인해질 수 있고, 인간이기에 그렇게 이성적이고 따스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안고와 료는 길을 떠났다가 여름 B팀과 마주친다. 너무도 살벌하고 치열하고 심각한 자신들과 달리, 이 망가져버린 지구에서, 생존이라는 벼랑 끝에 내몰려서도 저렇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들은 납득하지 못한다. 무척 오랜만에 등장한 여름 B팀인지라 사실 나도 잘 적응이 안 된다.^^
안고와 료의 비뚤어진 마음이, 그들의 대척점에 서 있는 B팀으로 인해 조금은 녹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하나와 아라시가 다시 만날 날이 꼭 왔으면 한다. 이대로 하나가 죽어버린 거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