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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책 속 늑대를 조심해!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56
로렌 차일드 지음, 고정아 옮김 / 국민서관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표지만 보고는 찰리와 로라 시리즈일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같은 작가의 너무도 개성 강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생김새는 똑같지만 어쨌든 이 소녀의 이름은 허브. 밤마다 자기 전에 엄마가 동화책을 읽어주셨는데 나가실 때는 꼭 동화책을 갖고 나가달라고 말하는 녀석이다. 이유는 책 속에 늑대가 있기 때문. 엄마는 책 속 늑대가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여겼기에 웃고 말았지만 이게 곧 화근이 되고 말았다. 어느 날 급히 걸려온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나가시는 바람에 동화책을 허브 곁에 두고 나갔던 것. 그 바람에 허브는 원치 않았던 늑대 친구들을 만나게 된 것!
커다란 늑대 한 마리와 한쪽 눈을 가린 꼬마 늑대가 침을 질질 흘리며 입맛까지 다시고 있다.
이대로 삼켜질 수 없는 노릇, 허브는 용기와 지혜를 있는 껏 짜냈다. 밥을 먹을 때는 순서가 있는 법이니 꼬맹이는 후식이라고 우긴 것!
전혀 몰랐던 얘기에 아는 척을 하려다가 졸지에 당황하고 만 꼬마 늑대는 맨 처음에 먹는 건 '젤리'라고 소리쳤다.
허브 역시 졸지에 젤리를 마련해야 할 입장에 처하고, 급하게 동화책 속에서 젤리를 호출한다. 바로 잠꾸러기 공주님의 식탁 위에서.
헌데 보이는가? 식탁 아래에 빼꼼히 보이는 뾰족 구두. 바로 공주님께 마법을 걸었던 못된 요정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이 요정은 남자 아이들을 아주 싫어했는데 그보다 더 싫어한 건 여자 아이! 한 마디로 아이들을 참아내지 못한다. 헨젤과 그레텔에게 당한 마녀의 교훈을 톡톡히 알고 있었던 것.
그리하여 표독스럽게 외치고 말았다. 꼬맹이는 처음에 먹어야 하고 젤리는 후식이라고!
얼굴이 급 빨개지는 부끄러운 늑대 콤비. 큰일나 버린 허브는 다시 급하게 착한 요정을 호출했는데, 이 요정은 어디 출신인고 하니, 바로 신데렐라를 12시 공주로 만들어주려던 찰나에 이곳에 오고 말았다.
그 바람에 신데렐라에게 주려던 마법이 꼬마 늑대에게 씌워져 버렸으니, 졸지에 무도회 복장을 하고 만 꼬마 늑대.
그런데 이를 어쩌나. 이게 맘에 들어버렸으니!
내친 김에 무도회로 떠나버린 꼬마 늑대. 덕분에 여전히 부엌데기 신세를 면치 못한 신데렐라의 표정을 보시라. '삐뚫어져버릴 테다!' 포스가 무럭무럭 피어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계속 동화의 동화의 동화의 패러디로 이끌어나간다. 그것도 해학적으로, 유머를 섞어서!
유명한 이야기들을 이렇게 비틀어서 새롭게 짠 이야기이건만 원작들보다 훨씬 더 재미를 주고 있다. 마지막 장면 역시 배꼽 잡고 웃게 만들었는데 마지막은 다음 독자를 위해서 공개하지 않는 센스!
표지와 책 속에 등장한 책의 표지를 같이 감상하는 것도 중요 포인트. 로렌 차일드는 개구쟁이가 분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