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밤 여행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84
헬메 하이네 지음, 김서정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10월
구판절판


매일 밤 너는 아주 신비한 여행을 떠난단다.
가방도, 여권도, 돈도 필요 없는 그런 여행을.

넌 여행을 떠날 때면, 떠나겠다는 신호를 보내지.
손으로 입을 살짝 가리고 하품을 하는 걸로 말이야.

그러면, 금세 잠이가 달초롱을 들고 와 네 앞에 서서는,
무거워진 네 눈꺼풀을 끌어내린단다.

**

하품으로 신호를 보내는 여행의 시작.
달초롱을 들고 오는 잠이라니, 너무 문학적이지 않은가. 역시 김서정 씨의 번역은 늘 만족스럽다.

동물들도 신비한 여행을 떠난단다.
귀엽든, 사납든, 크든, 작든 상관없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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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도 모두 신비한 여행을 떠난다.
어쩌면 너와 함께 같은 길을 걸을지도 모르겠다.
너는 그 친구들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좋을 거야.
녀석들이 귀엽든, 사납든, 크든, 작든 상관없이 말이야.

물고기들도 바다에서, 강에서, 호수에서,
수족관에서까지 물위로 올라와
모두들 잠이를 따라나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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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행렬이 될 거야.
여기선 순서를 다툴 필요가 없어.
사이좋게 잠이를 따라가는 그 모습이 장관을 이룰 거야.

잠이가 이리저리 데리고 다녀서,
마침내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네가 누군지조차 모르게 될 거야.
그때가 되면 잠이는 누이동생, 꿈이를 부른단다.

**

잠이의 누이동생 꿈이라니, 정말 멋진 남매로구나.
가끔 심술쟁이 막내가 악몽으로 바뀔지도 모르니 가끔은 비위도 맞춰줘야 해.

꿈이는 캄캄한 어둠을 거둬 내고
꿈의 낙원으로 널 데려갈 거야.
넌 마음으로 그곳을 볼 수가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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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알아보는 꿈의 낙원이라니, 눈을 뜨고도 알아볼 수 있을 것만 같아.

사냥꾼을 전혀 겁 안 내는 토끼가 보인다면,
그럼 거기가 바로 낙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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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떠오르네.
사자굴에 어린이가 손 넣고 장난쳐도 물지 않는
참 사랑과 기쁨의 그 나라가 이제 속히 오리라~

이 세상이 마치 그림처럼 보인다면,
그럼 거기가 바로 낙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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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림은 예쁠 수도 있고 기괴할 수도 있고, 우스꽝스러울지도 몰라.
그치만 그 속에 모두 낙원이 들어 있어.

교회 첨탑 꼭대기에서 떨어졌는데도
부러진 데 하나 없이 말짱하다면,
그럼 거기가 바로 낙원이란다.

**

저렇게 예쁘고 귀여운 첨탑에서, 게다가 떨어져도 다치지 않는다면 나도 얼마든지 뛰어내리고 싶어.
혹시 알아? 날개가 솟을지......

온밤이 지나도록
잠이와 꿈이는 너와 함께 다니면서,
지켜줄 거야.

어느 새 다음날 아침이야.
따르릉 시계가 널 낙원에서 불러내는구나.
자, 이제부터는 낮 여행이 시작될 거야.

**

밤 여행이 끝나는 것을 아쉬워할 필요가 없어.
낮 여행도 너에게 많은 선물을 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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