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내 인생 - 손문상 화첩산문집
손문상 지음 / 산지니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손문상 화백이 그려낸 다양한 인물 군상이다. 시장에서 장사하시는 분, 대장장이 아저씨, 배 만드는 부부, 선장 할배, 인디 밴드하는 젊은 친구, 엄마 찾아 한국에 온 입양아, 한국이 좋아서 몇 해 째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 등등등...
그들 각자를 화폭에 담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하듯 끌어낸 솜씨가 일품이다. 맘에 들었던 한 꼭지를 보자.



영도해녀 강해춘

나 귀먹고 말 잘 못해
이름? 강 해 춘 이야 일흔하나
열아홉에 부산에 왔어
제주도 성산포 '종달리'가 고향이야.
종달리 안다고? 하하하~
딸 하나 있어. 영희야. 대구 살아
예뻐 하하~
아들 둘은 어려서 죽었어. 배고파서
손자는 군대 갔어. 키가 커. 이만해 아휴~
그놈 군대 갈 때 나 울었어
여기 부산에 나 혼자야.
앞 못 보던 남편도 일찍 저세상 갔어
뭐 좀 달라고? 오늘 달에 한 번 다 노는 날이야.
그물 울타리 고치러 나왔어
나 혼자 장사하면 여기 할매들 난리나 아휴~
내일 와. 소라, 멍게, 해삼, 많이 줄게
다 그렸어? 어디 봐
아유~그림도 잘 그리네.

이리 진솔한 이야기를 솔솔 풀어내게 만든 푸근한 마음이 그림 밖으로 전달된다. 그림 그리는 내내 말을 시키고, 그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며 한 걸음 더 그 삶 속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삶의 굽이굽이 많은 고난을 헤쳐온 이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삶에 찌들어 있지만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이들이었다.
각자의 인생을 사랑하고 응원해 주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니 절로 힘이 난다. 
여기엔 너무 잘나버린 부자 따위는 없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산 증인이 되어주는 인물들이 가득하다. 어떤 꼭지에서는 짠하니 눈물이 나기까지 한다. 

맨 뒤 소설가 김곰치가 말하는 손문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길게 펼쳐져 있다. 너무 길어서 여차하면 다 못 읽고 덮어버릴 만한 수준이다. 손문상이라는 사람을 알려주는 다양한 에피소드들. 이렇게 그림 시작했구나, 이런 그림을 그리려는 사람이구나... 슬쩟 엿보게 해준다. 

한숨 대신 '브라보'를 외치며 내 인생을 응원해 보자. 여기 이 책 속의 주인공들처럼!

댓글(3)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0-03-29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지니라면 김곰치의 소설 '빛'을 낸 부산 출판사지요.
김곰치가 지역 출판사를 살려야 한다고 서울의 큰 출판사에서 책을 내지 않았답니다.
민경이 미술샘이었던 김곰치 누님의 전언이죠.^^
손문상 화백 사람들의 삶을 담아낸 그림과 글이 감동이네요.

순오기 2010-03-29 18:57   좋아요 0 | URL
집은 깔끔하게 마무리가 됐나요?

마노아 2010-03-30 00:02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마지막에 김곰치가 글을 섰더라구요. 너무 길어서 읽느라 눈이 빠질 것 같았어요.
여백과 그림으로 실컷 말해놓은 장에서 김곰치가 말을 너무 많이 쏟아내니까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어요.
손문상, 박시백, 이름도 어째 비슷하게 들려요.
프레시안에서 촌철살인의 글과 그림으로 늘 서늘함을 느껴요.

아, 그리고 집은... 막장공사랄까요...;;; 휴...(한숨과 함께 먼 산 바라보기..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