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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가미 7 - 이루고자 했던 꿈
마세 모토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국가번영법. 너무도 모순적인 이 단어를 무기 삼아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사상을 통제하는 가상의 미래 세계.
단행본 한 권에 두 개의 에피소드가 실리는데, 이번 편의 제목은 '이루고자 했던 꿈'이다. 이키가미를 받는 연령대가 18세에서 24세이다 보니, 채 꿈을 이루지 못한 젊은이들이 희생되는 일이 다반사다.
첫번째 이야기에선 어려서부터 아날로그 카메라를 보며 사진에 대한 꿈을 키웠던 젊은이가 디지털에 밀려 아날로그를 포기하자마자 맞닥뜨린 사망예고장(이키가미) 앞에서 자신이 접었던 꿈을 생각해보는 내용이 진행되었다.
두번째 이야기에선 댄스에 중독되다시피 열정을 보였던 수험생이 아버지의 학원과 댄스교실을 물려받기 위해서 대학진학을 위해 1년간 춤을 접은 이야기가 나온다. 1년 사이 운동부족과 스트레스로 인한 폭식으로 무려 25kg이 늘어버렸고, 자신이 안무를 짜주고 춤을 가르쳐주었던 친구는 다른 팀원과 함께 댄스 대회 나가기 직전 인대 부상으로 춤을 못 추게 되어버렸다. 대신 나가줄 수 있냐는 제안을 받았지만, 이미 자신은 춤을 출 수 없게 되었다고 여긴 그가 거절한 사이 사망예고장을 받아버린다. 그는 남은 24시간의 시간 동안 자신이 접었던 꿈을 다시 펼칠 수 있을까? 다시 춤을 춘다면, 망가진 몸으로 그는 원하는만큼 추어낼 수 있을까? 후회와 회한이, 억울함이 없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죽기 전에 한풀이는 가능할까?
이키가미를 받은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남은 시간을 자신이 어떻게 쓸 것인지를 고민하고 계획하고 수행하는 동안에, 또 그런 가족을 지켜보고, 죽은 자식을 추억하는 부모님들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이 책의 중요한 독서 포인트다.
지난 이야기에서 국가번영법을 무너뜨리기 위한 조직이 검거되면서 이키가미 배달부 후지모토는 엄격한 사상 점검을 받게 되고 감사원의 감시를 받게 된다. 실상 표면적으로 그는 국번을 반대하거나 부정하는 언행을 하지 않고 있지만, 그것을 긍정하거나 찬양하는 언행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자꾸 그 부분에서 검열을 당하고 있다. 최고의 직장인으로 공무원을 꼽는 이 나라지만, 저런 사회에서의 공무원은 정말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런 세상에서 사는 국민 역시 살 게 못되지만. 그런데 또, 짚어보자면... 저렇게 대놓고 국가번영법이라는 폭력을 내세워 이키가미를 발행하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는 그보다 얼마나 자유롭고 생명을 존중하고 인권을 생각해주는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늘 기대하며 읽고 만족함을 보이지만, 그만큼 뒤끝이 씁쓸한 작품이다. 섬뜩한 진실이 담겨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