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표범 미래그림책 79
재키 모리스 글 그림, 김영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다니구치 지로의 '개를 기르다'에 수록된 마지막 단편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맥에 있는 머지히 왕국. 히말라야 산맥을 바로 떠올리게 만든다.  

이곳 머지히 왕국에는 순수하고 강력한 머지히칸들이 살고 있다. 머지히 왕국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은 수호신들의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는 수호신들은 이곳 신성한 땅을 지키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신성한 머지히칸을 소개한다. 



눈가에 하얀 것은 털이다. 눈동자는 검은데 사진을 찍어놓으니 꼭 하얀 부분이 눈처럼 나와버렸다..;;;; 



태초에
고요함을 뚫고
눈표범이 노래를 부르자
별이 태어나고
해가 떠오르고
달이 차고 이울었다.
 

아, 이 노랫말 너무 아름답다. 특히나 '이울다'라는 말이 너무 예뻐서 자꾸 되새기게 된다. 번역하신 분 만세! 



눈표범이 지키는 신성한 땅의 평화로운 모습이 잠들어 있는 저 아이의 얼굴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눈표범의 비밀스런 노래를 듣는 아이의 꿈은 어떤 모습일까. 

눈표범은 세상으로부터 비밀의 계곡을 지키기 위해 파수꾼의 이야기를 짓고, 은둔자의 노래를 부르고, 마법사의 주문을 걸었다. 아, '은둔자'의 노래라니! 역시나 멋진 표현! 

하지만 시간의 힘은 위대하여, 눈표범 역시 늙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그에게도 후계자를 찾을 때가 온 것! 

그런데 눈표범이 자신의 뒤를 이어 노래 부를 이를 찾아 나선 사이, 누군가 비밀의 계곡으로 몰려 쳐들어 왔다. 



황금과 노예에 눈 먼 군인들이 비밀의 계곡에 들이닥쳤다. 불과 공포가 마을을 덮쳤고 마을 사람들은 도망쳤다. 

단 하나, 위대하고 신비로운 눈표범의 노래에 빠져 잠이 든 아이만 남겨둔 채! 



눈표범은 두툼한 얼룩무늬 털로 아이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아이를 품은 순간, 눈표범은 수백 년 전 자신이 사람이었던 때를 떠올릴 수 있었다.  

이 아이가 걸어가야 할 길이 보이는 순간이다. 

눈표범은 아이를 등에 태우고 험한 산으로 솟구쳐 올랐다. 숲속을 거닐며 땅의 노래를 불러 주고, 계곡의 노래와 새들의 노래도 가르쳐 주었다. 여우가 조심조심 걸어다니는 길, 산토끼가 숨어 있는 곳도 모두 알려주었다. 그러니까 이건 후계자 교육이랄까. 

이제 눈표범의 노래에 아이는 답할 수 있게 되었다. 맑고 고운 목소리. 신성한 땅의 수호자, 머지히칸의 노래를. 

눈표범은 자신이 해야 할 마지막 임무를 알고 있다. 



깊은 밤, 군인들의 꿈속으로 들어간 눈표범. 꿈 속의 눈표범은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 

불같이 화를 내니 마치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것 같은 효과가 나타나고, 군인들은 악몽 속에서 악마를 보았다며 냉큼 줄행랑을 놓았다.  

군인들이 떠나자 도망쳤던 마을 사람들이 돌아왔다. 마을에 다시 평화가 찾아온 것.  

이제 아이는 비밀의 계곡의 이치를 깨달았다. 마음을 평온하게 다스리는 법과 세상과 하나가 되는 법도 깨우쳤다.  

그리고 그건 눈표범과의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는 이야기. 



아이의 뺨을 눈표범의 혀가 핥는 의식의 시간. 몸의 변화가 세대 교체를 알려준다. 아쉬움과 안타까움, 연민이 가득한 눈빛이다. 그러나 지금의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질 터. 눈물을 보이진 말자. 



어린 눈표범은 별의 속삭임을 들으며 다시금 계곡의 평화를, 마을의 안녕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었다.  

그렇게 오래오래 이어질 비밀스런 노래를 부르면서...... 

인간의 더러운 욕심이 침범하지 않는다면 깨지지 않을 그 깨끗한 땅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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