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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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들에게 씨앗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에요."
이야기인즉 작년에 한정된 구호 자금 때문에 한 마을은 씨를 배분하고 그 옆 마을은 주지 못했단다. 안타깝게 비가 오지 않아서 파종한 씨앗은 싹을 틔우지 못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씨를 나누어준 마을 사람들은 씨를 심어놓았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수확기까지 한 명도 굶어 죽지 않았는데, 옆 마을은 아사자가 속출했다고 한다. 똑같이 비가 오지 않는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씨앗을 뿌렸다는 그 사실 하나가 사람들을 살려놓은 것이다. 이곳에서의 씨앗이란 존재만으로도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 있었다.-76쪽

보통 이스라엘인의 교육열만 뜨겁다고 알고 있지만 팔레스타인인의 교육열은 뜨겁다 못해 끓어오른다. 대부분 하루 2천 원 미만으로 살아가는 가난한 난민촌 사람들이 구호 단체에게 최우선적으로 바라는 것은 식량도 옷도 아닌 학교 건립이다.-234쪽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하늘로 솟아야 할까요, 땅으로 꺼져야 할까요? 우리도 살 땅이 필요하고 가족들과 고향에서 최소한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수백만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역시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1967년에 맺어진 제네바 협약은 점령국이 점령지를 식민지로 만들 목적으로 인구와 군대를 이주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240쪽

"우리 오빠를 죽인 이스라엘 군인, 빨리 커서 다 죽여버릴 거예요."
그저 인형놀이나 해야 할 아이의 입에서 그렇게 험한 말이 거침없이 나오는 게 안타까웠다. 단 한 번도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보지 못한 파티마가 어른이 될 때쯤이면 그 평화라는 것이 찾아올까? 아니, 아이가 그때까지 살 수나 있을까? 운 좋게 어른이 되더라도 이렇게 뼛 속 깊은 증오를 가지고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244쪽

무스타파에게 동생이 떠내려간 건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눈앞에서 가족을 잃은 아이들이 마음껏 슬퍼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아픈 마음을 다독여주고, 너는 피해자가 아니라 용감한 생존자라고 알려주는 것이 이 아이가 앞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하다. 이 치료는 복잡한 상담이나 비싼 약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섞여 놀거나 그림이나 간이 연극을 하는 등 아주 간단한 과정으로 이루어진다.-2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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