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아시아판타지 1 - 천제지자
오연 글.그림 / 애니북스 / 2008년 3월
품절


영고

소도는 모계사회의 전통을 이어갔다. 소도에서 태어난 선인들은 교육을 받다가 나이가 들면 소도 밖으로 유람을 떠나 기술을 전파하고 자신의 학문을 만들어 정치를 하다가 10월 상달이 되면 다시 소도로 와서 집단행사를 하였다. 하늘과 땅에 제사를 지낸 후 소도의 번영과 생명의 줄을 만들기 위해 집단 성교를 하여 새 생명의 씨앗을 내렸는데, 이런 행동은 과거 인간의 도가 없을 때 자연에서 배운 것이었다.(개미와 벌 등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제천의식 후의 집단 성교는 우리만이 아니라 이집트과 수메르 지역 및 인도 초원지대와 태평양 건너 인디안, 멕시코, 남미에서 고루 이뤄진 행동이다. 집단 성교를 위해 대마를 흡입하였는데 이 또한 집단의식과 제천행사에는 당연히 행해지던 것이었다. 그러나 농경위주의 시대가 도래하자 하늘의 기운이 필요없다고 느낀 농민들은 그런 현상을 이해 못하며 금기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행사는 후대에 이르러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동예의 무천 등으로 불렸고, 현대에 이르러 개천절로 변형되었다.-84쪽

동이

과거 동북아시아에서 활동한 민족이다. 한자의 원형을 만든 종족인-중국 학자들도 인정한다. 갑골문을 만든 상나라도 동이족의 방계이고, 한자의 원형은 동이들이 살았던 지역에 주로 발견된다-고조선을 지칭한 말로도 해석되며 화하족의 동쪽지역에 살았던 민족이어서 동이라고 불렸다. 동북공정을 만든 중국 사학자 손진기는 동이를 한나라 때부터 중화에 흡수된 민족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후대 중국사서에 기록된 고구려, 백제, 신라 등의 우리역사를 동이열전이라고 따로 기록한 것에 위배된다. 동이는 우리민족의 기원이 되는 호칭이다. 동의 기원이 '동쪽'이 된 것은 후대에 일이고, 갑골문과 금문에 의하면 자루형태로 묘사되어져 있다.-소도에거 길을 떠나는 검은 옷 입은 선인을 유심히 보라-'자루'라는 글자는 자루를 묶을 때 '동여매다' '동앗줄'이란말로 아직 우리말이 남아있는 것으로 봐서 멀리 자루를 메고 이동하는 사람을 묘사한 게 아닌가 싶다. 동쪽이란 뜻은 화하족의 시선에서 동쪽에 살던 사람이었기에 생겨난 개념 같다. 이는 중국의 사전엔 활을 멘 사람, 동방지인으로 설명되어 있다. 큰 활을 잘 쏘는 민족...바로 우리 아닌가. -134쪽

큰 사람이 큰 활을 메고 있는 모양이다. 이 만화에서는 옷을 표현할 때 가급적 목둘레를 지나가는 옷깃을 왼쪽 방향으로 그렸는데, 그 이유는 활을 쏠 때 현재 남자들 옷처럼 오른쪽 방향으로 했을 경우엔 화살을 쏠 때 옷에 화살이 걸렸기 때문이다. 과거 유목 생활을 하고 사냥을 하던 고대인들의 모습에서 그 사실을 찾을 수 있으니, 유심히 보면 사냥하는 남자들의 옷깃은 전부 왼쪽방향이다.바로 고구려 고분벽화다.-134쪽

화하족

지금 중국을 지배하는 한족을 말한다. 우리의 시각에서 서쪽에 있기에 서토인이라고도 한다. 과거 서역지방에서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낙양, 서안일대를 차지하고 살아온 민족을 뜻하며, 농경중심적이었고 채색토기를 가지고 있었다. 한족을 지칭하는 중화... 고문과 금문에 의하면 중은 땅 가운데에 깃발을 꽂은 모양이다. 마을을 상징하는 깃발은 언제나 잘 보이는 마을 가운데에 세워두었기 때문에 후대에 가서 그 깃발 형태에서 가운데란 뜻이 생긴 것이다. 태양이 막대기 가운데에 있으니 가운데란 뜻으로 설명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금문을 보면 깃발 모양이란 걸 알 수 있다. 그 다음으로 화는-한왕 머리에 새겨진 글-상형자로서 겹겹이 둘러진 꽃잎을 묘사한 것이다. 바로 모란꽃이다. 장미와 모란꽃의 원산지가 바로 낙양, 서안 일대이다. 그들이 왕조를 세우면 언제나 주나라의 예법을 따르는데, 주나라가 꽃을 숭배한 민족이자 그 일대에서 활동한 민족이기 때문이다. 이건 그들만의 전통이다.-134쪽

신단수

신령스러운 나무. 단군의 '단'을 차음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웅녀가 남편을 만나게해달라고 소원을 빈 곳도 신단수였다. 각저총에서 씨름-씨름은 고대에는 종교행사였다. 스모경기를 보면 현재는 단순한 스포츠지만 그 원류는 고대 제사풍습이란 걸 알 수 있다-하는 사람 옆에는 신단수가 크게 서 있다. 또한 제단유적에도 신단수의 흔적이 보인다. 고대인들은 신단수를 통해 신이 내려온다고 믿었다. 과거엔 마을 입구에도 마을을 지켜주는 신단수가 있었으며, 심지어 현대에도 아파트 앞 큰 마당공간에 큰 나무를 심어놓는다. 무의식중에 문화원형이 살아 있는 증거다. 이 만화에서는 중요한 건축물과 동맹의식을 하는 제단에도 묘사되었다. 고대풍물을 그릴 때는 꼭 넣어야 할 아이템이다.-134쪽

바람

해와 달

제삼서화에서 제천의식 후 바람이 불고 긴 끈들을 꼬이게 한 후 태양과 달이 동시에 있을 때 남녀가 교접행사를 가졌다. 남녀가 만나면 통해야 한다. 그래서 아직도 어르신들은 연애를 '바람난다'고 말한다. 바람이란 말은 묘하게 교접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꼬시다'란 말에도 기원이 있으니 남녀가 꼬여야 자식을 낳고, 실도 조여야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해모수와 유화의 야합을 여와신화로 차용한 건 바로 여와가 생명을 낳은 탄생의 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와의 모습은 항상 몸이 꼬여있다.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연결이 기막히게 정확해진다. 그리고 태양이 질 무렵 달을 그렸는데, 과거 우리 전통혼례는 이 시간에 이루어졌다. 반대쪽에 달이 떠올라 하루 중에 태양과 달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해질무렵이야말로 음양이 최고조인 시간이다. 그리고 우린 그 시간에 결혼을 해왔다.-134쪽

삼족오, 두꺼비

천신의 사자인 삼족오는 태양 속에 숨어 사는 전설상의 새이다. 천문수준이 높았던 고대에 흑점을 발견해 삼족오로 변형시켰다는 설도 있다. 삼족오는 양을 상징하는 태양 안에 있는 그림으로 묘사되며, 발이 세 개인 이유는 양을 상징하는 수가 홀수이기 때문에 둘보다 셋을 차용했다는 설과 3이라는 숫자에 신성성을 둔 우리 고유의 문화형식이라는 설이 있다. 반면 두꺼비는 땅을 상징하는 영물로서 달 안에 있다. 달은 음을 대표하는 것인데 달에 두꺼비가 혼자 있지 않고 토끼와 같이 있는 이유는 두꺼비 혼자 있으면 홀수가 되므로 음인 달에 어긋나 두 마리 영물을 집어넣어 음수인 짝수로 만들었다는 의미로 보인다. 덕화리 2호 무덤에서 이 형식이 극명하게 보인다. 이 만화에서 삼족오는 앞으로 다가올 태양을 암시하는 것이고, 두꺼비는 해모수가 땅에서 받는 고통을 의미한다.-222쪽

해모수는 스물세 살에 하늘로부터 내려왔으니 단군 고열가 57년(임술) 4월 8일(음력)이다. 우리는 4월 초파일을 불교에서 석가가 태어난 날로 기념하고 있는데, 정작 다른 불교국가에서는 이 날을 기념하지 않는다. 석가의 탄신일은 2월 8일이며, 이는 북부여 시조 해모수의 생일에서 비롯한다.(4월 8일을 석가탄신일로 기념하는 곳은 우리 뿐이며, 우리나라에 불교가 유입되어 토착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독특한 전통이다) 불교가 이 날을 차용한 것을 보면 해모수의 생일이 얼마나 큰 행사로 이어져 내려왔는가를 알 수 있다.-222쪽



한자라는 것은 동양문화의 결합체이다. 한자를 잘 살펴보면 그 말의 어원이나 문화원형을 알 수 있다. 이름 앞에 붙는 姓에는 女가 들어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모계사회를 보여주는 글자다. 그러나 그 후대에 나오는 조상이라든가 손자, 손녀를 뜻하는 孫이란 단어에 들어 있는 子는 부계사회를 뜻하는 남자 상징어다. 조는 현재 비속어지만 조+ㅈ(ㅅ)의 변형이고, 손이란 글자에도 역시 아들이 들어간다. -222쪽

웅심산

해모수와 유화가 합궁한 곳. 그렇다면 곰 웅자가 들어간 것은 우연인가? 이런 코드는 신화를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다. 환단고기에 보면 환웅은 웅씨의 딸과 맺어지며, 삼국유사에서 환웅은 웅녀와 결합해 단군을 낳는다. 이렇듯 유화는 웅녀 코드의 연장선이며, 그녀를 통해서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한국 특유의 곰 숭배 사상이 보인다.-222쪽

'보리'는 과거 유목민들이 정착하여 심은 작품이지요. 넓은 지역에서 재배되며 동쪽 지역민들이 잘 재배한다 하여 서토인들이 그들을 예맥족이라 부르기도 했지요. 과거에는 기장이 주요 곡물이었기 때문에 제사 때 무당이 기장을 잡았습니다. 그래서 제사지내는 곳을 일컫는 '사직'이란 말에 기장을 뜻하는 '직(稷)'이 남아 있지요.-1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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