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부드러운 손 문학과지성 시인선 333
김광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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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른 베르크의 별

밤마다 북녘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
처음에는 이름 모를 붙박이별인 줄 알았다
높은 산꼭대기에서 반짝이는 불빛
나중에는 그것이 중세의 고성인 줄 알았다
그러나 슈테른베르크 산봉우리에 올라가보니
그것은 산정에 구축한 레이더 기지였다
밤마다 하늘에서 반짝이던 별
갑자기 땅으로 떨어지고
산정에서 빛나던 고성의 불빛
꺼져버리고 말았다
차라리 가보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마음속에서 반짝이며 빛나고 있을 것을-126쪽

효자손

우체국 앞 가로수 곁에
아낙네가 죽제품 좌판을
벌여놓았다 대나무로 만든
광주리와 키와 죽침 따위에 섞여
효자손도 눈에 띄었다 건널목
신호등이 황급하게 깜빡이지 않았더라면
그 조그만 대나무 등긁이를 하나
사왔을지도 모른다
노인성 소양증만 남고
물기 말라버려 가려운 등을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며 장난 삼아
간질간질 긁어주던
고사리 같은 손
이 작은 효자손이 어느새 자라서 군대에 갔다
옆에는 나직한 숨결마저 빈자리
어둔 창밖으로 누군가 지나가며
빨리 떠나라고
핸드폰 거는 소리
뒤에서 슬며시 등을 떠미는 듯
보이지 않는 손
벽오동 잎보다 훨씬
커다란 손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부드러운 손-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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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8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9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9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0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1-19 0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집트 여행 준비는 잘 되고 있지요?
핫팩은 준비하셨나~ ^^

마노아 2010-01-19 14:37   좋아요 0 | URL
헤헷, 준비 진행중이에요~ 핫팩도 두 개 구입했어요.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