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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역사 읽기 3
고석규.고영진 지음 / 풀빛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내 인생 최고의 책 5위 안에 꼭 들어가는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은 내용의 훌륭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강의를 옮겨온 것이기 때문에 내 귀에 직접 들려주는 것 같은 현장감도 나를 반하게 하는 데 한 몫을 했다. 그리고 이 책도 비슷하다. EBS 강연을 책으로 옮겨오면서 그 조근조근한 목소리와 차분한 어투가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현재의 이야기로 느끼게끔 서술하고 있다. 한눈을 팔 수 없게, 딴짓도 못하게...
읽으면서 밑줄도 참 많이 그었고, 그걸 다 정리하자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미루고 또 미루다가 읽고서 몇 달이 지나버렸다. 이러다가는 아예 리뷰도 쓸 수 없을 것 같아서 이 책이 훌륭하다는 반복되는 강조만 몇 마디 해두려고 한다.
전체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개인적 필요에 의해서 3권을 먼저 읽었다. 이런 종류의 통사는 시대순으로 읽는 게 맞다. 그러니 급한 볼일이 아니라면 1권부터 읽으시라고 감히 권한다.
3권은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시점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서울 600년을 맞은 20세기의 끄트머리에서 마무리 된다. 교과서로 치면 '근현대사'와 거의 일치하는 범위다.
성인 연령을 대상으로 한 교양 강의처럼 진행되는데, 방대한 내용을 핵심을 짚어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고 정말 교과서처럼 딱딱한 것은 절대 아니다. 찰지게 귀에 붙는 느낌이랄까? 익숙하고 익히 알고 있다고 여겨지던 내용들인데도 남다르게 들린다. 원낙 좋은 강의였고, 좋은 글쓰기였기 때문이겠지만 무엇보다 '인과관계'를 잘 설명한 게 최대 강점이지 싶다. 이를테면 동학농민운동 당시 공주 우금치에서 2차 봉기를 했던 그들이 이전의 기세에 비해 너무 쉽게 무너졌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당시의 기후와 농민군이 처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지면서 수긍이 가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또 사이사이 양념처럼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비화도 얘기해 주는데, 그게 마치 그랬다카더라~식의 호사가들의 요사스런 언변이 아니라 다만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정보들을 맛깔스럽게 깔아주는 것이다.
출간된 지 10년도 더 지난 책인 까닭에 현대의 경제적 지표나 시사적 이야기를 소개한 부분은 그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문맥으로 파악할 수 있고, 어디까지나 주된 이야기는 역사적 실체이므로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분들의 다른 책들을 미처 접해보지 못했는데 두분 모두 주로 주제사가 많아 보인다. 직강을 들어보지 못했지만, 책으로만 파악해 보았을 때 보통 달필이 아니신데, 대중들을 위한 쉽고 재밌는 역사책을 좀 더 써주셨음 좋겠다. 물론, 직강을 들을 기회가 있다면 당장 가서 맨 앞에서 듣고 싶은 욕망도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