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이야기 2 - 카와카마스의 바이올린
마치다 준 글.그림, 김은.한인숙 옮김 / 동문선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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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이 더 늘었다. 카와카마스와 같은 물고기 카와멘타이가 등장했고, 다람쥐와 들쥐도 등장했다. 말이 없던 얀은 여전히 과묵했고, 새 친구들도 말이 많지 않다. 변화가 있다면 경쾌하게 수다를 떨곤 하던 카와카마스도 어느 순간 과묵해졌다는 것. 대신, 그 빈 자리에는 음악이 차지했다.

제목에도 나왔듯이 카와카마스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게 되었다. 어디선가 습득한 형편없는 바이올린을 가지고도 너무도 즐겁게, 또 심취해서 연주하는 카와카마스. 끼기끼기 낑낑대던 연주가 어느 순간 라아라아라~하고 울리기 시작한다. 나아가 카와멘타이와 협주곡을 연주하기까지. 카와멘타이는 직접 만든 비올라를 연주했다. 

어느 날 비맞은 생쥐꼴을 하고 나타난 다람쥐와 연이 닿았고, 숲 속에서 마주친 들쥐는 늘 뭔가를 하느라 바빠서 말이라도 붙이려고 하면 "저기... 내가 겨를이 없어서...."라고 말을 하며 난감해 한다. 

얀은 추운 다람쥐에게 따뜻한 차를 건네주고, 들쥐가 무엇에 바쁜지 속으로 헤아려 보며 들쥐를 이해해 본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기다움으로 일관하지만 누구도 불편하게 하지 않고 누구도 불편해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고 포근하고 한없이 이쁜 풍경도 가끔은 벼락을 맞을 때가 있다. 물고기인 카와카마스와 카와멘타이를 위협하는 어부의 투망이 그것이다. 음악을, 바이올린을 잃어버린 카와카마스가 혁명을 이야기할 때는 몹시 아이러니한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혁명이 진행될 때에는 바이올리니스트도 활을 잡기 어렵지 않을까? 아니더라도 그가 연주할 수 있는 곡목은 분명 달라질 것만 같다.

몹시 정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내지만 지루하지 않다. 고요하지만 침묵은 아니다. 사계절을 모두 아우르며 시간을 내리긋지만 가파르지도 않고 숨가쁘지도 않다. 이 시리즈가 꽤 길다고 알고 있는데 국내에는 아직 2권만 나왔나 보다. 그나마도 공지영 작가의 추천으로 이만큼 선전한 것 같긴 하지만... 조금은 나른하기도 하고 고요한 이 분위기가 나로서는 마음에 드는데, 어쩌면 추운 겨울에 읽어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분명 파릇파릇 새싹 돋는 봄이나 뜨거운 여름이나, 낙엽 스치는 가을의 책보다는 역시 겨울 책이다. 

그러니, 나는 좋은 독서를 한 셈이다. 예쁜 친구들을 만나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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