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73년에 첫 살인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제 등장인물들이 모두 성인이 되어 80년대로 접어들었다. 
여전히 어디선가 사람이 죽고, 어디선가는 정보가 빼내져 불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있고, 
유키호의 주변에선 음모가 진행되며 누군가 불행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판 영화와는 내용의 차이가 상당히 벌어지고 있다는 걸 느끼지만, 결말은 같을 거라고 예상을 하며 읽고 있다. 
거의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고 있는데,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그 다음 장에선 사건의 배경이나 과정에 대해서 말해준다.
누군가 어떤 피해를 입었고, 그 목적성이 같이 드러난다. 
기리하라와 유키호는 무시무시한 포스를 자랑하며 '독하게' 살아가고 있다.
빼어난 미모와 지성, 또 카리스마로 목표로 삼은 것을 반드시 이뤄내지만, 그들의 목적은 공허하기만 하다. 

어려서 받은 충격과 상처, 그리고 주어진 운명에 저항하고자 하는 몸부림까지도 이해하겠지만, 그네들의 종착역이 어떤 모습일까를 짐작하면 여간 안쓰러운 게 아니다. 단 한뼘도 나아가지 못하고 웅크리고 있는 모습, 온 세상을 향해 적의를 드러낸 추운 어깨, 다가가면 함께 불행해지는 사람들... 결국엔 그 자신들도 제일 불행해지고 말 텐데, 그럼에도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속절없음이 막막하다. 

밝은 태양 아래 거닐고 싶다는 기리하라의 작은 소망은, 그러나 그 죄많은 영혼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희망이었다. 유키호는 그렇게 망가져가는 기리하라를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그렇게 망가져가는 유키호를 기리하라는 또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그들의 사랑은 서로에게 가혹하고 지독해서 응원을 해줄 수도 없고 이별을 강요하지도 못하겠다. 

내가 맨 처음에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 쪽이 개인적으로는 더 긴박한 긴장감을 느끼게 하고 사랑 쪽도 더 절절하게 보여졌다. 그쪽의 사랑도 가히 평범하진 않았지만 백야행 속의 두 주인공의 사랑은 정상적인 범주에도 들기 힘드니 말이다. 

페이지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굳이 3권으로 나눌 필요가 있었나 싶다. 개정판 내면서 두 권으로 묶어도 되었을 것을...
암튼, 마지막 남은 3권도 몹시 기대 중이다. 너무 아프지는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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