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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2 잡고, 플라스틱도 만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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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이라는 단어가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로 다가온 것은 오래 전이다. 인류의 보편적 정서가 ‘개발’을 벗어나 ‘환경’으로 바뀌기 시작한 뒤부터 그랬다. 플라스틱은 인류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인 소재가 분명하지만 썩지 않는다는 점, 불에 타면 무서운 매연을 내뿜는다는 점, 가열하면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 있다는 점, 일부 종류는 그 자체로도 독성이 있다는 점 등에서 ‘친환경’과는 거리가 있다.
인류의 플라스틱 사용으로 동물들이 죽어갔다. 최근에는 바다로 떠내려간 플라스틱 쓰레기를 물새가 먹고 죽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갓 태어난 새끼에게도 페트(PET)병 뚜껑 같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물어다 먹이는 바람에 아기새와 어미새가 함께 죽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글로벌 환경문제의 주도적 이슈가 되면서 플라스틱은 더욱 코너로 몰리는 처지가 됐다.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데 엄청난 연료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일단 원유를 가열해 분리한 석유제품인 나프타로 만든다. 이를 가열하면 액체상태의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만들 수 있는데, 이것을 다시 고체 형태로 만드는 과정에서 다양한 소재가 만들어진다.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E), 폴리염화비닐(PVC), 아크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ABS) 등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플라스틱류의 소재들이다.
이러한 석유화학 공정에는 어마어마한 연료가 들고 온실가스도 다량 배출된다. 그래서 석유화학 업종을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탄소배출 산업으로 꼽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한국이 온실가스 배출 의무감축국이 될 경우 석유화학 산업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인류가 플라스틱을 안 쓸 수 없는 노릇이다. 이미 인류는 철기시대를 지나 플라스틱시대에 살고 있다고 할 만큼 거의 모든 제품에 합성수지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계에서 “만일 인류가 천연 소재만을 사용할 경우 지구가 4개 있어도 모자란다"고 말할 정도로 천연 소재는 부족한 수준이다. 실제로 철이 주된 소재인 것 같은 자동차나 가전제품도 50% 이상은 합성수지로 만들어진다.
이 같은 플라스틱의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이분열 아주대 분자과학기술학과 교수가 개발한 기술로 현재 SK에너지와 함께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의 핵심은 촉매다. 프로필렌옥사이드와 이산화탄소를 56대 44로 섞은 뒤 여기에 ‘슈퍼-액티브 촉매’를 넣어주면 화학반응을 통해 고체물질이 생기는데 이게 바로 이산화탄소 플라스틱이다. SK에너지는 이 이산화탄소 플라스틱의 상표명을 ‘그린-폴’(Green-Pol)로 정하고 세계 최초의 상업공정을 2012년 가동하겠다는 목표로 기술을 가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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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이산화탄소 플라스틱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이분열 교수가 개발한 촉매가 프로필렌
옥사이드 액체와 이산화탄소의 반응을 촉진해 플라스틱을 만들어내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제
공. 이분열 아주대 교수> |
이산화탄소 플라스틱은 기존 합성수지의 특징을 대부분 지닐 뿐 아니라 놀라운 장점도 가지고 있다. 일단 무연 연소성을 가져 태워도 공해가 발생하지 않고, 다 쓰고 난 뒤에는 태워버리면 되기 때문에 쓰레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인체에 대한 독성이 없는 것도 장점이고, 색상도 투명해 색소를 첨가하면 얼마든지 아름다운 색깔을 띨 수 있다. 산소와 수분을 완벽히 차단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 때문에 이산화탄소 플라스틱이 상용화될 경우 기존 석유화학계 플라스틱 제품을 빠르게 대체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차단성 식품용기 등 인체와 직결된 분야부터 시작해 PVC 대체재, 포장재뿐만 아니라 친환경 단열재, 완충재로도 쓰일 예정이다.
화학업계에 따르면 단열재, 완충재 시장은 연간 국내 시장이 6,500억원, 세계 시장이 8조원이고 PVC 시장이 국내 4,800억원, 세계 15조원이다. 차단성수지 세계 시장 규모도 3조원이나 되며 차단성 코팅 레이어, 접착 레이어 등 응용분야도 무궁무진해 시장성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 있다.
이산화탄소 플라스틱은 소재로서 훌륭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탄소배출권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산업 활동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모아서 자원화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현재 인류는 공장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모으는 기술은 확보하고 있으나 이를 처리하는 데는 애를 먹고 있다. 화학반응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다른 물질에 고착시켜 땅에 묻는 방법이 그나마 현실적인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이산화탄소 플라스틱은 기존 합성수지 제조 과정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면서 다른 산업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까지 줄여준다. 또 탄소배출권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어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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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플라스틱 연소 장면. 연소 중에는 유해가스 배출이 적고 연소 뒤에는 물과 이산화
탄소로 분해된다. 사진제공. 이분열 아주대 교수> |
물론 앞으로 남은 길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이산화탄소 플라스틱의 물성 중 내열성을 강화해 고온에서도 휘거나 녹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촉매기술을 최적화하고 상업화 단계에서도 안정적으로 쓸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 연속 용액 공정, 청정공정, 컴파운딩 기술, 미세 발포기술, 필름 성형기술 등 다양한 기술 개발도 숙제다.
시대의 흐름을 볼 때 이산화탄소 플라스틱과 같은 녹색산업은 미래 산업의 중심이 될 게 분명하다. 특히 석유에 의존했던 ‘에너지’와 ‘소재’가 어떻게 변화할 지가 핵심 이슈다. 앞으로는 에너지와 소재가 ‘부존자원’에서 ‘기술’의 개념으로 진화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기술이다. 인류가 꿈꾸는 미래가 현실이 될 수 있느냐는 어떤 기술을 개발해 어떻게 상업화하느냐에 달렸다. 만약 한국이 녹색기술을 선점하는 데 성공한다면 우리도 에너지 의존국, 자원빈국 처지에서 미래의 자원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글 : 맹준호 서울경제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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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 NDSL(과학기술정보통합서비스) 지식링크
○관련 논문 정보
플라스틱 원료의 특성과 제품 설계[바로가기]
기후변화협약 대응기술로서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의 중요성[바로가기]
이산화탄소 포집을 위한 건식 흡착물질 개량[바로가기]
○관련 특허 정보
이산화탄소포집제조성물,이를이용한연도가스중의이산화탄소포집방법및장치(한국공개특허)[바로가기]
포집된 이산화탄소로부터 연료의 생성 방법(한국공개특허)[바로가기]
이산화탄소 포집 및 분석용 장치 및 사용 방법(한국등록특허)[바로가기]
○해외 동향분석 자료
탄소 포집 및 저장(CCS) 운반 인프라에 대한 기술적 분석 - 2009년 [바로가기]
의욕적인 탄소 포집 계획을 실행하는 호주 - 2008년 [바로가기]
위태로운 석탄의 미래 - 2005년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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