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시즈 7SEEDS 14
타무라 유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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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구입하고서 한달이나 늦게 비닐을 뜯었다.  

타무라 유미의 이 작품은 호흡도 길고 워낙 방대한 스토리를 자랑하기 때문에 뒷 이야기가 나오면 앞 이야기를 까먹기 일쑤다.  

거대한 운석에 부딪혀 지구 멸망의 시점에서 미래로 보내진 아이들. 각각 7명씩에다가 가이드까지 붙여서 8명이 한 조를 이루어 봄, 여름, 가을, 겨울 팀이 서로 다른 시점으로 보내졌다. (여름은 특별히 A팀, B팀이다!) 

저 사람들이 모두 생존해 있진 않지만 아무튼 출연진이 너무 많아서 잘 생각이 안 날 때가 많다. 그래도 기본적인 구도는 머리에 집어넣은 채 읽게 된다. 

'지구 멸망'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너무 무겁지만 또 동시에 식상한 소재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런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올 수 있는 건 그만큼 매력적인 소재라는 이야기도 되고, 또 그 극단적인 상황과 위기 속에서 사람이 보여주는 절망과 희망의 노래가 주는 감동은 언제나 진했었다. 이 작품도 그랬다.  



생존 자체가 불투명하고, 하루하루를 공포에 짓눌려 살아가는 와중에 임신을 해버린 쿠루미. 철분 보충제를 굳이 먹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반. 그 극단적 환경에 이미 몸이 적응한 거라고, 몸이 '판단'했기 때문에 임신도 가능했던 거라고, 다만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말해주는 대목이다. 여자 아이의 얼굴이 미묘한 표정 변화로 밝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많은 터치 없이도 저렇게 감정을 표현해내는 연출이 마음에 들었다.  

미래로 보내진 아이들은 모두 17세에 미래로 보내졌다. 도착한 시점에 따라 더 나이를 먹은 아이도 있고, 아직도 17세인 아이들도 있다. 여름 A팀만 미래로 보내지기 위한 서바이벌을 겪고서 도착했고, 나머지 아이들은 모두 평범한 지구 생활을 하다가 영문도 모르고 미래로 보내졌다. 처음부터 살아남기 위한 7명에 들기 위해서 친구도 버리고 동료도 버리고 와야 했던 여름 A팀의 분노는 깊고도 짙었다. 여기에 대해서 훨씬 연장자인 아키오가 해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처음부터 한 가지 길을 제시 받고 거기서만 살아온 너희와 달리 끊임없이 판단하고 선택하고 책임지고 살아온 인생의 무게도 만만치 않았다는 이야기.  

저마다 자신의 삶이 무겁고, 제 고통이 가장 크다. 그러나 다른 환경 속에서 모두 저마다의 삶의 무게로 힘겨워한다. 거기에 대해서 자신만 고통스러웠다고 말하는 것은 응석에 가까울 수 있다.  

게다가 아키오가 더 멋진 것은, 그 삶의 무거움에 짓눌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기쁨도 느끼며 살아왔다는 이야기를 해준 것.  

원래는 다감한 성격이었던 안고가 저리 무서운 놈으로 변한 게 참 안쓰럽다. 하나는 어깨에 힘 빼고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지만 안고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하나의 아버지가 자신들의 교관이었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될 터인데, 그들의 하나에 대한 관심은 분노가 될 것인지 호감이 될 것인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이번 편은 '하지의 장'이었고, 소제목으로 '떨어지다', '말하다', '알다' '원망하다', '뒤틀리다'이다. 바사라에서 '색깔'을 이용한 소제목 짓기가 참 독특했는데, 이 시리즈의 소제목도 제법 마음에 든다. 뭔들 맘에 안 들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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