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보는 할배 - 새 보기 우리 문화 그림책 11
김장성 글, 한수임 그림 / 사계절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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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 두 분의 작품이다. 김장성 님은 '매듭을 묶으며'를 번역하셨는데 우리 말을 풀어내는 솜씨가 너무 탁월해서 감탄했었다. 한수임 작가님은 '까만 나라 노란 추장'과 '가을을 만났어요'에서 먼저 만났는데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되 추억과 낭만이 묻어나서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글이 별로 없다. 거의가 그림으로 다 표현한다.
낮시간, 젊은이들 나가서 일하고 어린 애들 학교 가서 무료한 시간.
할배는 집에 홀로 있기가 심심하다. 뭔가 하고 싶은데 무엇을 해야 하나.

휘적휘적 논으로 나간다.
호시탐탐 논을 노리고 있는 새들을 쫓아내는 일을 해야겠다 결심하신다.
허수아비 할배에게 맡길 일이 아니라 직접 새 쫓는 할배가 되기로 작심!
가는 길에 새참 먹는 동네 주민들과 마주쳤다.
시골 인심에 어찌 그냥 보낼까.
같이 둘러 앉아 탁배기 한 잔 쭈욱 걸치니, 그야말로 잔칫상에 앉은 듯 마음이 풍요롭다.

막걸리도 한 사발 마셨고, 김치 한 조각의 짜릿한 자극이 찌르르 울리는데,
논밭은 한적하고 조용하기만 하다.
앉아 있다 보니 꾸벅꾸벅 졸음이 다가온다.
세상 근심과 시름도 잊고,
참새 떼 오는 것도 잊고,
할배는 신선 마냥 콜콜, 쿨쿨~

영악한 새 떼들이 몰려든다.
조는 할배 대신 학교 갔다 돌아오는 아이들이 훠이훠이 참새를 쫓아낸다.
후드드득 일제히 날아 오르는 새떼들.
그 소리에 깬 할배.
화르르 새는 날고 할배는 깨고,
화르르 새는 날고 할배는 웃고...

껄껄껄 웃으시는 할배.
새 떼쯤이야 귀찮지도 않은 얼굴이다.
웃음 속에 여유와 자족의 빛이 깃든다.

글이 많지 않지만 많은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사람이 직접 새를 쫓는 일을 '새를 본다'라고 표현하는 것.
팡개나 태, 깡통, 꽹과리를 이용해서 새를 본다는 것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맨 뒷장에 팡개나 태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고 있는 부록이 실려 있다.

그림을 화면 가득 실었지만 글에는 절제가 있고, 우리 말의 어감과 표현력을 십분 발휘해서 풍성한 느낌을 준다.

사계절의 우리문화 그림책 시리즈에 좀 더 관심이 생긴다. 더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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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7-31 0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 쫓는 할배 그림책 너무 좋아요.
그림도 너무 멋지고요.
글만 조금 더 적혀 있으면 나중에 구입을 할텐데... 너무 아쉽네요..ㅜ.ㅜ

마노아 2009-07-31 09:39   좋아요 0 | URL
그림이 참 멋지지요? 도서관에서 빌려봤는데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