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읽기엔 더울 수 있지만 겨울에 읽으면 무척 따뜻할 동화다. 숲속을 걷던 할아버지가 그만 장갑 한 짝을 떨어뜨린 채 가버리셨다. 이 장갑이 숲속 동물 친구들의 보금자리가 되는 과정이다. 점점 더 몸집이 큰 동물이 하나씩 늘어간다. 한 마리씩 세어가며 동물들의 크기를 짐작해 보면 재밌을 듯하다. 처음에 둥지를 튼 이는 먹보 생쥐였다. 다음 타자는 팔짝팔짝 개구리. 세번째로 도착한 이는 빠른 발 토끼였다. 모두들 예의바르게 자신에게도 한 자리 줄 것을 요청한다. 네번째 등장한 것은 멋쟁이 여우였다. 옷차림새가 보통이 아니다! 다섯번째는 잿빛 늑대. 여우까지는 괜찮았는데 늑대까지 등장하니 이게 먹이 사슬은 아닐까 슬그머니 염려가 되었다. 게다가 늑대 표정은 어딘가 좀 풀린 듯한 느낌이어서 말이다...;;;; 다음 번 손님은 놀라지 마시라. 무려 멧돼지다! 장갑 안에 기둥 박고 지지대 세우고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데 멧돼지라니! 이 장갑이 거인이 쓰던 장갑이란 말인가! 그런 물리적인 한계 따위는 잠시 접어두자. 이것은 어디까지나 재미난 이야기니까. 게다가 우크라이나의 민화라지 않은가! 송곳니 멧돼지까지 들어찼으니 더는 공간이 없을 텐데, 아직도 마지막 손님이 남아 있다. 멧돼지를 가볍게 누를 만한 덩치를 상상해 보시라. 머리 속에 그려졌는가? 딩동댕~ 바로, 느림보 곰이다! 아흐 동동 다리~ 장갑이 터지겠네. 끝까지 앞서 들어간 동물들이 잡아 먹힐까 봐 걱정이 되었는데 그런 마무리는 아니었다. 곰까지 들어차려던 찰나, 극적인(?) 반전이 있었으니... 대체 장갑 공동체(?)의 운명은 어찌 되었을까... ^^ 부랴부랴 겨울잠이라도 자러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