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75번째 소원 ㅣ 큰북작은북 그림책 4
에릭 퓌바레 지음, 이경혜 옮김 / 큰북작은북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자그마한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크고 아름다운 저택에 사는 르파옹 씨.
그 저택의 정원은 손질이 잘 되어 있고, 실내 장식도 무척 세련되었고, 그가 입고 있는 옷은 값비싼 것.
그러나 르파옹 씨는 이웃 사람들하고는 거의 말도 하지 않고 혼자서만 지냈다.
그 웅장한 저택을 고상하게 꾸며 줄 신기한 새 물건을 찾는 것만이 오로지 그의 목표!

어느 날 멀리 캄차카에서 온 떠돌이 장사꾼에게서 산 시계.
거실에는 이미 시계가 40개나 있었기 때문에 르파옹 씨는 새로 산 시계를 부엌의 양념 선반 옆에 두었다.
그리고 한밤중에 야참을 챙기려고 부엌에 들렀다가 그만 시계 요정을 만나고 만 것!

300년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시계 요정은 원래 정향을 먹고 살았는데, 르파옹 씨 집에서 마침 정향을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보답을 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르파옹 씨의 소원 374가지를 들어주기로 약속한다. 아니 왜 374개일까???
졸지에 횡재하게 된 르파옹 씨!
그는 거침 없이 소원을 빈다.

우산 모양 몸통에, 구불구불한 황금빛 머리털을 가진 붉은 갈매기를 갖고 싶다고 말하는 순간, 요상스럽게 생긴 새가 떡하니 나타나는 게 아닌가!
그는 망설이지 않고 소원을 쏟아냈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붉은 벽돌로 된 네모난 탑을 원했고,
탑 위에 옆으로 누운 원통 하나를 얹은 뒤,
그 위에 다시 귀여운 탑 8개.
탑 위에 탑, 망루 위에 망루, 원뿔 지붕 위에 탑탑탑 탑탑탑...
그리고 어느 순간! 소원은 멈춰진 채 이뤄지지 않았다.
순식간에 374개의 소원을 다 빈 것!
르파옹 씨는 만족스럽고 벅찬 감동에 젖었다.
온 나라에서 가장 높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독창적인 건물이 그를 위해서 존재하게 되었으니까!
문제는...
너무 많은 탑고 너무 많은 방과 너무 많은 통로 속에서 그만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건만 도무지 나갈 길이 없다.

이때 눈에 띈 모기 한 마리. 르파옹 씨는 너라도 자유를 찾으라며 창문을 열어 모기를 밖으로 내보낸다.
이 모습을 보니 르파옹 씨는 욕심 사나운 게 아니라 다만 좀 독특한 취향을 가진 사람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의 선의의 행동은 곧 축복으로 돌아오니....
모기는 시계 요정 팡토플이 변신한 거였다.
그리하여 마지막 소원 한 가지를 더 빌게 해주었으니...
기어이 375번째 소원도 빌 수 있게 된 르파옹 씨.
그의 마지막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탑 위에 탑을 더 지을 것인가? 그만을 위한 독창적인 건물을?
길은 잃었을지언정 도리는 잊지 않았던 르파옹 씨의 마음을 믿어 보자.
마지막 소원은 좀 더 현명하고, 좀 더 아름다운 것을 위해 썼을 것이다.


우리에게 375번째 소원은 무엇이 될까?
후훗, 그렇게 많이는 말고 3개만 들어주면 좋겠다. 3개도 많은가? 그대는 욕심쟁이 우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