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재미네골 : 중국 조선족 설화 ㅣ 재미마주 옛이야기 선집 1
재미마주 편집부 엮음, 홍성찬 그림 / 재미마주 / 1999년 12월
평점 :
품절
칙칙한 색감의 그림이어서 내가 좋아하지 않는 느낌을 풀풀 풍겼다. 그래서 책을 곁에 두고도 읽는 데 한참 걸렸다. 언니가 재밌다고 보라고 여러 번 강조했는데도 말이다.
읽은 책을 꼭 다 리뷰를 적을 필요 없다고, 읽고 그냥 돌려주자는 생각에 책을 펴들었는데, 추천해주는 이유가 있었다. 너무 재밌는 것이다!
이 책은 조선족의 설화를 풀어낸 것인데 재밌는 것은 '판소리'와 연동을 했다는 것이다. 책은 판소리 씨디가 들어있는 것과 없는 것의 두 가지로 출간되었는데 언니는 책만 있는 것으로 골랐다. 무척 아쉬운 부분이다.

판소리 대본이 앞쪽에 실렸는데, 이걸로 들으면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겠지만 느낌이 무척 신선할 듯하다. 그냥 오디오 CD도 아닌 '판소리'이니 말이다. 어른들이야 국악에 익숙하지 않을 경우 대개 고루하다고 느끼기 쉽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편견이 없기 때문에 좀 더 재밌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까 어릴 때부터 다양하게 우리 것을 먼저 접하기를~
이야기 구조는 간단하다. 중국 길림성 조선족 마을에 '재미네골'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힘든 일이 있으면 네일 내일 따로 없이 서로 돕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따뜻한 마음씨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 소식을 멀리 용궁 나라 용왕님이 듣고는 어떻게 그런 마을이 있는지 궁금하여 사신을 보낸다. 마을 사람 중에 한 명을 제물로 삼아서 데리고 오라고.




사신은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우두머리인 부락장에게 용건을 이야기 했는데, 부락장은 용왕님을 노엽지 않게 하려고 기꺼이 자신을 제물로 내놓으려고 한다. 그러나 이 솔선수범은 그만의 것이 아니었으니, 마을의 목수가, 대장장이가, 토기장이가, 또 농부가, 아낙네가, 고아 처녀까지도 모두 제가 가야만 한다고 나서는 게 아닌가. 다른 사람들은 마을에 모두 필요한 사람들이니 꼭꼭 남아야 한다면서.
희생정신이 너무 투철하여 좀처럼 제물이 될 사람을 정하지 못하니, 뭍으로 올라온 바다 사신은 목이 타서 용궁에서 떠온 샘물만 벌컥벌컥 들이키기 바쁘다. 물이 다 떨어져서 더 버틸 수가 없게 되자 급한대로 처녀 손을 붙잡고 용궁으로 가버린 사신!
용왕님은 소문이 정말 사실이란 것을 확인하고서는 기꺼이 처녀에게 금은 보화를 내려주는데...
세파에 찌든(?) 이 독자는, 저 돈 때문에 이 행복한 마을에 욕심이 생겨서 저 아름다운 균형이 깨지는 것이 아닐까 지레 짐작을 해버렸는데...

아따, 이 마을 사람들은 금은보화를 공평하게 나누어 더 재미나게 살았더라는 이야기~
그리하여 '재미네골'이라는 이름이 생겼더라는 이야기기기~~~
욕심 없이 먼저 희생할 줄 알고, 상대방의 귀함을 온 몸으로 알고 인정하는 그 마음씨.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우리네 사는 곳도 재미네골이 충분히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그 욕심 줄이고 희생도 할 줄 아는 마음 갖기가 힘이 들어서 탈이지....
책의 끄트머리에는 논술 세대를 위한 질문 몇 가지 코너가 있다.
차분히 읽고 하나씩 답해 보는 것도 나름 재미 있을 지도...
여전히 그림은 내 취향이 아니지만, 훌륭한 책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판소리 버전이 궁금한데 그 때문에 책을 다시 사야 하는 것일까... 고민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