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글쟁이들 - 대한민국 대표 작가 18인의 ‘나만의 집필 세계’
구본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8월
절판


조선시대 불교가 탄압을 받으면서 위기에 빠진 승려들이 불교의 맥을 잇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택했다. 한쪽은 사찰을 유지하기 위해 기름이나 종이 등을 만드는 잡역을 했는데 이를 '사판(事判)이라고 하고, 또 다른 승려들은 불법을 잇는 길을 골라 은둔하며 수행했는데 이를 '이판(理判)'이라고 했다. 이 이판과 사판이 각각 정진한 덕에 불교는 억불정책에도 불구하고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조선시대 승려는 최하층 신분이었기 때문에 이판이든 사판이든 '막장 인생'이 되는 셈이었으므로 '이판사판'은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는 지경"을 뜻하는 말이 된 것이다.-202쪽

사람을 만나 사람 이야기를 듣고는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되판다. 이야기꾼도 결국은 취재로구나 싶었다. 사람을 찾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취재해본 사람이 안다. 취재란 아주 쉽게 말하면 단 두 가지만 하면 되는 것이다. 어떤 것을 취재하기로 하면 그쪽 바닥을 많이 아는 사람을 찾아가서 누구를 만나면 되냐고 묻는 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그 사람이 알려준 이들을 찾아가서 직접 물어보면 그것으로 취재는 끝이다. 문제는 이 두가지가 참 어렵다는 점이다.
그런 것을 보면 역시 팩트는 힘이 세다. 그러나 팩트 자체로는 팔리지 않는다. 팩트는 이야기가 될 때 팔린다. 이게 바로 기자는 돈을 못 벌고 작가는 돈을 버는 이유다. 미국 사람들이 하는 말 그대로 "Facts tell, stories sell"이다.-207쪽

그는 민화란 서민들만 그리고 즐긴 서민 전용 문화가 아니었음을 강조한다. 애초 민화라는 이름 자체가 없어졌는데 나중에 일본학자 야나기 무네요시가 이 개념을 만들어 적용하면서 고정관념이 생겼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원래 임금도 즐겼던 상류층 그림의 한 갈래가 서민까지 널리 확산된 것이고, 결국 왕부터 촌로까지 모두가 즐기게 된 그림이 민화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화는 '서민의 그림'이 아니라 '서민적인 그림'이라고 정의한다. 허씨는 또한 문화에 관한 한 "수입품이라도 우리 정서로 변형시키고 독자적 개발을 통해 우리화한 것은 우리 것으로 여기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것으로 화투를 든다. 그는 이 책에서 화투도 우리 문화로 흡수되었다고 평가한다.-218쪽

저술 못잖게 그가 중시하며 시간을 할애하는 작업이 서평이다. 주 교수는 전공 분야에 대한 서평을 써달라는 언론 매체의 요구에 가능한 한 응하는 몇 안 되는 학자다. 스승 라종일 교수가 다른 학자에게 들었다며 자신에게 들려준 "가장 좋은 공부는 바로 서평"이라는 말로 그 이유를 설명한다. "서평을 쓰려면 책을 비판적으로 읽고 생각해야 해요. 읽고, 생각하고, 써보게 되는 가장 기본적인 공부인 거죠."-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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