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으로 만든 사람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4
아니카 에스테를 지음, 원미선 옮김, 율리아 구코바 그림 / 비룡소 / 2000년 8월
평점 :
품절


네덜란드 출신 작가가 글을 쓰고, 러시아 출신 작가가 그림을 그린 그리스 옛 이야기 책이다.  

제목도 독특하지만 그림체는 더 신비롭고 평범함을 벗어났다.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달리 말하면 해독하기 어려운 그림이었다. 



공주님은 외동딸이었는데, 수많은 남자들의 구혼을 모두 거절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주님은 마음에 드는 남자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곱게 빻은 아몬드와 설탕, 밀가루를 골고루 섞어 사람을 빚은 다음, 왕궁에 있는 성스러운 그림 앞에 세워 두고 40일 동안 밤낮으로 기도를 했다. 그 결과 공주님이 만든 사람은 생명을 얻어 눈을 떴고, 공주님은 그 사람을 "설탕으로 만든 사람"이라고 불렀다. 그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금세 온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아주 먼 나라에 살고 있던 어느 여왕도 설탕으로 만든 사람에 대한 소문을 듣고는 그를 훔쳐 오기로 결심했다. 여왕의 주변에 뿜어져 나오는 검은 오라가 무시무시하다. 여왕은 황금 돛이 달린 황금 배를 타고 가서 사람들을 현혹시켰다. 설탕으로 만든 사람도 그 배를 구경하다가 그만 잡혀가고 만다. 이 소식을 들은 공주님은 비탄에 빠지게 된다. 



황금 배는 저 멀리 미끄러져 흘러가고, 바다에는 무수한 얼굴들이 둥둥 떠 있다. 그리고 유독 튀는 하얀 얼굴 하나. 저게 설탕으로 만든 사람일까? 글쎄, 미모가 좀 아닌 것 같긴 한데... 

무튼, 이 책은 좀 그림이 난해하기 때문에 그냥 공주의 어지러운 마음과 그림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하자! 


공주님은 무쇠 신발 세 켤레를 챙겨 설탕으로 만든 사람을 찾아 나섰다.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던 공주님은 마침내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벗어나 달님의 '어머니'에게로 갔다.  

달님도 아니고 그 어머니를 먼저 만났다는 것이 무척 독특한 설정이다.  

친절한 달님의 어머니는 자신은 본 적 없는 설탕으로 만든 사람을 혹 자신의 아들이 보았을 지도 모르니 기다려 보라고 한다. 흔히 달님은 '여성'으로 표현되는 것에 비해 이 책에서는 달님을 남자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달님도 해답을 주지 못했고, 공주님은 설탕으로 만든 사람을 찾기 위해서 해님을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달님보다 세상을 더 많이 보고 있으니 혹시 보았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안고서...... 

무쇠 신발이 무겁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보다는 무쇠 신발이 닳아 없어질 만큼 설탕으로 만든 사람을 찾아 헤맨 공주님의 정성과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달님과 달님의 어머니는 공주님에게 위급한 일이 있으면 사용하라고 아몬드 한 개를 주었다.




해님의 어머니도 자신의 아들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 보라고 말을 한다. 그러나 뒤늦게 도착한 해님도 설탕으로 만든 사람을 보지 못했다. 

해님이 준 충고는 이번엔 별님에게로 가보라는 것. 별님은 헤아릴 수 없이 많으니 그 중 어느 별이 보았을 지도 모를 일이니까.

해님의 어머니와 해님은 공주님에게 호두 한 개를 주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이 호두를 깨뜨리라고. 

아몬드와 설탕으로 빚은 사람. 그리고 위급함을 모면하게 해주는 아몬드와 호두... 그리스에서 이 열매들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사뭇 궁금하다.  



두번째 무쇠 신발마저도 모두 닳았을 때 공주님은 별님들의 어머니께 도착했다. 하지만 별들의 어머님도 설탕으로 만든 사람의 행방은 알지 못했고, 무수한 별들도 아무 소식을 전해주지 못해 절망에 빠지려는 철나! 별 하나가 자신이 보았다며 앞으로 나선다. 희망이 싹트는 순간! 

공주님은 별님들의 어머니와 별님들로부터 개암나무 열매를 하나 받고서  위급한 순간의 도움을 보장 받고 여왕이 산다는 하얀 궁전으로 향했다. 

그러나 공주님이 설탕으로 만든 사람을 바로 구해올 수 있다면 앞에서 받은 아몬드와 호두와 개암나무는 뭐에 쓰겠는가. 공주님께 닥친 위기는 모두 세차례. 그 세차례의 위기를 극복해 내야만 공주님은 사랑하는 설탕으로 만든 사람을 만나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의 구조가 피그마리온도 떠오르게 하고 프쉬케도 연상시킨다. 공주님은 자신이 사랑하고픈 상대를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냈고, 위기가 닥쳤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나갔다. '공주님'이라는 지위의 사람에게 흔히 기대되는 연약한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다. 



그런데 '설탕'으로 만든 사랑이라니, 물이 닿아도 녹을 것이도, 햇볕이 뜨거워도 녹을 것인데, 고이고이 간직해 두고 보살피기만 해야 할 연약한 사랑은 아닌지 또 걱정이 된다.  

신비로운 그림이 책보는 재미를 주는데, 아이들이 좀 어려워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반응은 두고 봐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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