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속에 늑대가 있어
닐 가이먼 지음, 이다희 옮김, 데이브 맥킨 그림 / 비룡소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금붕어 2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로 나 환심을 샀던 닐 게이먼과 데이브 맥킨의 작품이다.(책에는 닐 가이먼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좀 통일해 주지...) 나로서는 굳이 한 작품을 고르라면 이 책, '벽속에 늑대가 있어'가 더 재밌었다. 아, 이렇게 상상력이 자유롭고 날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로울 뿐이다! 



집안을 서성이던 루시는 벽 속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덜커덩덜커덩
부스럭부스럭
삐거덕삐거덕
오지끈우지끈하는 소리! 

루시는 벽 속에 늑대가 있다고 당장 엄마한테 신고(!)를 했지만 엄마의 반응은 시니컬할 뿐이다. 



뿐인가. 튜바 연주자 아빠도, 또 게임에 빠져있는 남동생도 모두 루시의 말을 무시한다.  

벽속에 늑대가 있을 리 없다고. 벽 속에서 늑대가 나오면 '끝장'이라고! 

하지만 밤이 되어 벽 속에서 나는 수상한 소리는 점점 커지고, 루시의 공포도 점점 커져만 갔다. 

엄마는 생쥐의 짓이라고 했고, 아빠는 집쥐 탓이라고 했고, 동생은 박쥐가 살고 있는 거라고 우겨댔다.  

그러나 루시는 기필코, 분명히, 단연코, 반드시 그건 늑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어이...... 



벽 속에서 늑대들이 튀어나왔다! 

식구들은 부랴부랴 도망쳐서 집을 빠져나왔다. 식구들은 정원 한구석에 모여 앉아 밤을 지새워야 했다. 

집에는 방마다 불이 켜져 있었고 늑대들은 식구들이 보던 텔레비전을 보고 식구들이 먹던 음식을 먹고 또 춤을 추며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 분하게도 말이다! 

식구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북극에 가서 살자는 아빠. 사하라 사막에 가서 살자는 엄마, 우주에 가서 살자는 동생까지! 

그러나 루시는 우리 집이 아니면 어디서도 살기 싫었다. 게다가 아끼는 돼지 인형 포실이도 두고 왔기 때문에 절대로 아무데도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루시는 모험을 감행하기로 결정했다.  

몰래 조용히 집으로 들어가는 계획이었다. 


늑대들이 튀어나온 벽으로 숨어든 루시. 그리고 벽틈으로 늑대들이 집안을 마구 망가뜨리며 맘껏 어지르며 즐겁게 지내는 풍경을 목격한다. 포실이를 무사히 구해갖고 정원으로 돌아온 루시. 이제 집안으로 들어가본 경험이 있으니 자신감이 붙는다.   

사진과 그림을 적절히 섞은 그림들은 묘하게 재미와 웃음을 준다. 이건 많은 작가들이 자주 쓰는 콜라쥬 기법과는 또 느낌이 다르다.  

그림을 그린 데이브 맥킨의 또 다른 작품들이 마구 기대되는 순간이다.

한 편 식구들은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아빠는 무인도에 가서 살수 있다고 얘기하신다.
엄마는 열기구에서 살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동생은 아주 높은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루시는 자기 집이 아니면 안 된다고 다시 강조한다. 

경악하는 식구들을 설득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루시는 이미 벽 속에 숨어서 집을 들여다 보고 온 경험자이니까. 




살금살금 집에 들어간 식구들은 늑대들이 집 안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파티를 여는 모습을 목격한다. 눈이 뒤집어지는 순간은 그 다음이었다. 각자 자기에게 가장 소중했던 것들이 망가지는 것을 보았으니 말이다. 

엄마의 잼과 부엌,
동생의 비디오 게임 최고 기록,
아빠가 두 번째로 아끼는 튜바! 

결국 식구들은 더 이상 참지 않기로 결심한다.  

식구들이 똘똘 뭉쳐 벽 속에서 튀어나오는 순간, 이제 놀라는 건 그들의 몫이 아니다. 바로 벼락 맞은 듯 놀라는 늑대들의 차례다. 



지난 번 늑대들이 튀어나왔을 때 루시의 식구들이 놀랐을 때보다 더 크게 놀라고 있는 늑대들. 

표정이 너무 리얼해서 웃음이 푸하핫! 튀어나온다.
그들도 똑같이 말했다. 벽 속에서 인간들이 나왔으니 이젠 모두 끝장이라고! 

자, 이제 어찌 될까? 루시의 가족들은 집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대로 끝일까? 

또 다른 반전은 없을까? 

'금붕어 2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과 어느 정도 비슷한 구조를 띠고 있지만, 그림과 대사가 더 웃긴 이 책에 좀 더 마음이 간다. 

글이 이렇게 맛깔스럽게 읽히는 건 번역의 몫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책을 어찌나 험하게 보셨던지, 제본이 다 튿어져 있다. 이 책은 조만간 소장해야겠다.  

이 작품 읽고서 영화 '코렐라인'이 궁금해졌다. 닐 게이먼이 원작자란 얘기를 들었거든.  

몇 해 전에 영화 '스타 더스트'도 참 재밌게 보았는데 이 작가 작품이란다. 작품을 만날수록 더 깊게 반하게 된다. 퍼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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