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앙쥐
식구들 잠든 사이
새앙쥐 한 마리가
부엌으로 나왔다.
이 추운 겨울 밤
무슨 사정 생겼을까.
내쫓지 말아 달라는 듯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빤히 바라본다.
그러나 새앙쥐야.
우리 부엌엔
네가 가져갈 게 아무것도 없어.
누룽지마저 일기 쓸 때
내가 다 먹은걸.
아니야, 있다.
그래 맞아,
어머니가 불 지핀 부뚜막이
아직은 따뜻할 거야.
새앙쥐야.
한겨울 밤 새앙쥐야,
남은 그 불기라도 가져가렴.
온 식구들 불러다
한껏 안아 나르렴.-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