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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섬 이야기 비룡소의 그림동화 110
요르크 뮐러 그림, 요르크 슈타이너 글, 김라합 옮김 / 비룡소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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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넓은 바다에 섬 두 개가 있었다.
큰 섬에는 큰 섬 사람들이, 작은 섬에는 작은 섬 사람들이 살았다.
원래 이 두 섬 말고 또 하나의 섬이 있었는데, 그 섬은 오래 전에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고 한다.
자세히 보면 앞쪽 바다에 가라앉은 섬의 윤곽이 비친다.
(앞쪽 돌출 부위의 붉은 돌기둥을 주시할 것!)

원래 한 화면에 있는 넓은 그림인데 한 장에 담으면 사진이 너무 작게 나와서 두 컷으로 나눠 찍었다.
꼭 독도를 보는 기분이다.
두 섬 사람들 모두 밤이면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갔다가, 아침이면 바다에서 돌아와 그물을 거두어 말리거나 찢어진 그물을 손질했다.
(아마도 낮동안 밭일과 기타 집안일 육아는 모두 여자들의 차지일 것이다.)

큰 섬에는 부자와 가난뱅이, 주인과 머슴이 살았다.
또 큰 섬의 배들은 으리으리했다.
그들은 가장 단단하고 좋은 나무를 골라 배를 만들었다.
큰 섬의 시장에는 없는 물고기가 없었고 과일과 채소, 새, 연장, 값비싼 옷감 같은 것들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와 달리 작은 섬에는 주인도 머슴도 없었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든 일을 함께 했다.
그런 까닭에 부자도 없고 가난한 사람도 없었다.
게다가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 역시 없는 탓에, 노래하고 춤추고 연을 날리며 즐겁게 놀 시간이 많았다.
작은 섬 사람들 눈에는 건너편 큰 섬에 사는 사람들이 조금 우스워 보였다.
바닷가에 얼룩무늬 조개, 호랑무늬 조개, 진주 빛 조개 할 것 없이 조개가 셀 수 없이 많은데 어째서 파란 조개만 가치가 있다는 걸까?
단지 파란 조개가 다른 조개들보다 드문 것 뿐인데...
(머리를 탁!치는 생각이다. 정말 그 뿐인데, 우리는 어찌 저렇게 큰 섬 사람들처럼 욕망에 사로잡혀 사는 것일까.)

큰 섬 사람들은 부지런히 일했다. 이 섬의 왕은 섬을 더 크고 풍요롭고 근사하게 만들고 싶었다.
돌과 나무와 흙으로 둑을 쌓으라 명을 내렸다.
언덕 위의 풀이 시들고 산 위에 있는 밭들이 망가져 갔지만 그런 것에 마음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섬에서는 흙을 더 구할 수가 없게 되었다.
왕은 작은 섬에 가서 자갈과 흙을 퍼오도록 시켰다.
작은 섬 사람들은 자기네 섬이 나날이 작아지는 모습을 마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작은 섬 마을의 지혜로운 노인인 눈 먼 할아버지는 큰 섬으로 건너가 임금님을 만났다.
그리고 큰 섬의 앞쪽에 세워진 붉은 사금석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었다.
지난 날 욕심으로 가라앉은 또 다른 섬의 진실을.
붉은 사금석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새겨져 있었다.

붉은 사금석이 물에 잠기면
섬 사람들이 생명의 법을 어겼다는 뜻으로,
섬이 가라앉게 될 것이다.

붉은 사금석은 이미 불에 한 뼘 쯤 잠겨 있었다. 왕은 깜짝 놀랐지만 태연한 척을 했다.

그러나 밤새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왕은 나름대로 고심을 하여 붉은 사금석을 높은 곳으로 옮겨 세우기로 결심했다.
일꾼들이 돌 밑의 흙을 파고 또 팠지만 사금석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한낮이 지나고, 저녁이 되어서야 아주 천천히 돌이 움직였따.
그런데, 뜻밖의 것이 발견되었으니......
바로 붉은 사금석 밑에서 순금이 나왔던 것이다.

큰 섬 사람들은 너도 나도 황금을 찾아 나섰다.
농부들은 밭을 돌보지 않았고, 어부들은 더 이상 바다로 나가지 않았고, 하인들과 머슴들도 몰래 일터를 빠져나갔다.
사람들은 자나 깨나 금을 어떻게 하면 많이 챙길까 하는 생각만 했다.
왕은 그렇게 캐어낸 금을 백성들로부터 가져오게 만들었다.
그는 지위만 높은 게 아니라 욕심의 크기마저도 넓고도 높았다.

이렇게 캐낸 금으로 황금의 성을 쌓고, 황금 동상을 세웠다.
당연히 일손이 부족했다.
임금은 작은 섬에서 남자들을 포로로 잡아오도록 시켰다.
작은 섬의 지혜로운 눈 먼 노인은, 노동의 대가로 작은 섬으로부터 가져갔던 흙을 다시 가져오게 하였다.
남자들은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남겨진 여인들은 다른 일들을 도맡아 하느라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우기가 닥쳐왔다. 비가 몰아치고, 온통 구멍이 흉물스럽게 뚫려버린 큰 섬은 휘청이기 시작한다.
구멍난 갱들은 마치 이 섬을 해골바가지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논밭이 사라진 마을은 비를 감당해내지 못했다.
반면 자연을 거스르지 않았던 작은 섬은 우기에도 안전했다.

거센 비바람을 맞으며 마침내 큰 섬 사람들은 눈을 뜨고 말았다.
그들은 이 섬에 있다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배를 타고 탈출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갱으로 갈가리 찢긴 산은 우당탕 쿵쾅 소리를 내며 무너져 버렸다.
고향을 잃어버린 그들이 의지할 곳은 작은 섬 밖에 없었다.
그들이 흙과 자갈을 빼앗아 가고, 사람들을 잡아다가 노예처럼 부려먹었던 바로 그 작은 섬 말이다.

그러나 작은 섬 사람들은 큰 섬 사람들에게 앙갚음을 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네 집으로 데려와 그들을 살펴주었다.
먹을 것과 잠 잘 곳을 제공해 준 것이다.
섬의 크기와 달리, 가진 재산의 크기와 상관 없이, 그들은 마음이 부자였던 것이다.
이제 우기가 지나고, 무지개 뜨는 맑은 날씨가 찾아왔다.
큰 섬 사람들과 작은 섬 사람들은 이제 함께 살게 되었고, 큰 섬을 치우고 밭을 갈고, 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들이 다시 재건한 큰 섬에는 여전히 흉물스런 갱들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이제 사람 사는 집이 세워졌고, 논밭과 숲도 빈 자리를 채웠다. 번쩍번쩍 빛나던 황금 성과 동상은 사라졌지만 붉은 사금석의 교훈은 잊지 않기 위해 제 자리에 다시 세웠다.
그러나 여전히 둑을 쌓고 땅을 키워나가는 큰 섬.
이건 발전과 성장의 의미일까, 여전히 전에 넓힌 땅의 흔적이 보이는 옛 충격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까.

지극히 그림이 훌륭한, 메시지도 분명한 책이었다. 인간의 욕심이 인간을 얼마나 파멸로 이끄는지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고백하자면, 자본주의 체제 아래의 우리 사람들은 대부분 저 큰 섬 사람들의 우를 범하며 사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은, 욕심이 과하면 사망에 이른다는 것인데, 이 나라의 권력자들, 최고의 부자들에게도 그 진리가 통했으면 한다.
생명의 무게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모두에게 똑같이 통할 수 있기를...
오늘 같은 날에는 더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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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5-24 0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림보고 무척 놀랐어요. 그리고 그림이 아니라 퍼즐인줄 알았답니다.
그림들이 진짜 같아요.

마노아 2009-05-24 12:03   좋아요 0 | URL
너무 사실적이어서, 갱을 파놓은 산을 보면 막 소름이 돋아서 얼른 다음 장으로 넘기곤 했어요.
으스스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