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난 드레스 입을거야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182
크리스틴 나우만 빌맹 지음, 이경혜 옮김, 마리안느 바르실롱 그림 / 비룡소 / 2007년 4월
평점 :
파스텔 톤의 예쁘장한 꽃분홍 책에 제목엔 무려 '드레스'가 들어가는 공주님 표 그림책일 것 같은데, 은근히 개성있는 그림책이다. 소신도 뚜렷하고.^^
엘리에트 공주는 진짜 멋쟁이다.
오늘 아침, 공주는 몸에 착 달라붙는 장밋빛 스타킹을 골랐다. 스타킹에는 조그만 리본들이 조롱조롱 달려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그 옷은 안 된다고 했다.
"우리 아가, 날씨가 춥잖니? 두꺼운 양말을 신어야지."
뿐인가? 엘리에트 공주와 엄마의 대치는 계속 이어진다.
공주는 벽장에서 나풀거리는 드레스를 꺼냈다. 작은 꽃무늬가 아롱진 어여쁜 드레스를.
하지만 엄마는 멜빵바지를 입어야 한다고 했고,
방울이 달린 진주 목걸이 대신 낙타털 외투에 목도리를 두르라고 했다.
화려한 나비 장식이 달린 멋진 구두도 퇴짜를 맞았다. 에스키모 털신이 엘리에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촌 알리스를 만난 엘리에트. 엄마의 당부대로 완전무장을 해서 찬바람이 끼어들 틈이 전혀 없다.
두 사람은 무엇을 하고 놀까 하다가 썰매를 타자고 했다. 썰매도 없는데 어떻게???
문제될 게 없다. 바로 이렇게 하면 된다!
낙타털 외투는 썰매로 변신했고, 할머니 표 목도리는 타잔 놀이를 할 수 있게 해줬다.
꼴보기 싫었던 헐렁이 스웨터는 뻥뻥 차고 놀 수 있는 공이 되었고(뻥 소리는 안 났겠다..;;;)
모자에 눈을 담아 놀기도 하고, 예쁜 여자 눈사람을 만들기도 하였다.
아니, '여자' 눈사람이라니!
방법은 간단했다. 스타킹을 벗어서 땋은 머리를 표현해 주면 되었으니까. 엘리에트는 센스쟁이!(>_<)
오늘 입은 옷들은 엘리에트가 원해서 입은 옷은 아니었지만 모두 쓸모가 많았다. 아이들은 즐겁게 놀았고 기뻐했고 만족스러워 했다.
만약 여기서 끝났다면, 역시 엄마 말을 들었더니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 식의 결말이 되었겠지만, 이 책은 그렇게 촌스러운 마무리를 하지 않는다.
내일도 이렇게 눈밭에서 놀 것인가, 아니다. 엘리에트는 입고 싶었던 옷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앞에서 보았던 바로 그 옷들 말이다. 내일의 변신이 기대되지 않는가? 바로 이렇게 말이다!
남자 아이들보다 섬세한, 감성이 풍부한 여자 아이의 마음과 욕구를 잘 표현했다. 엄마의 당부를 무조건 반항으로 거부하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도 잊지 않고 있다. 그림도 예쁘고 이야기도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