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별로 맘에 안 들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영화는 보고 싶었는데 마땅히 볼만한, 또 시간이 맞는 영화가 정말 이것 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무 기대 없이, 아무 부담 없이 보게 된 영화는, 그래서 만족도가 더욱 높았다는 이야기!
국가정보원 공무원인 안수지(김하늘). 늘 작전 중인지라 남자 친구에게 거짓말하기 일쑤고, 툭하면 울릉도에 있다고 뻥 치고, 급기야 그녀의 거짓말에 참다 못한 남친 재진(강지환)은 유학 길에 나서는데....
그 3년 동안 그녀는 애증으로 버티며 다른 남자와 선을 보기도 한다.
그리고 3년 뒤 청소원으로 위장하여 러시아에서 입국한 스파이를 추적하던 중 화장실에서 재준과 극적인(!) 상봉을 한다.
그런데 사실은 재준 역시 국정원 해외 파트 요원으로 둘은 이중으로 서로를 속이고 있던 중이었다.
신분을 철저히 감춰야 하는 까닭에 오해는 커지고, 미움도 커지고, 그러면서도 서로를 떠나지 못하는 두 사람. 그 와중에 서로 쫓고 있는 공공의 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점점 더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이들.
영화가 재밌는 것은 아주 소소한 것에서 피식피식 웃게 만든다는 데 있다. 직업절 불안정성(..;;;) 때문에 연애하기 힘들고 밥 제 때 챙겨먹기 힘든 수지에게 선배 팀장(장영남)이 해주는 조언이 현실적이라는 데에서 오히려 웃음이 나오고, 허우대 멀쩡하지만 사실 마마보이스러우며 찌질하기까지 한 이 남자의 귀여움이 매력을 한껏 발생한다. (난 '코믹'이 되는 배우가 좋더라.)
게다가 전작들에서 늘 눈에 힘주고 다녔던 류승룡이 밉지 않은 걸걸한 캐릭터로 돌아온 게 반갑다.
감독님의 전작들을 살펴보니, '편지'와 '내 남자의 로맨스'가 눈에 띈다. 그러니까 신파 멜로로 명성을 얻었다면, 로맨틱 코미디물로 입지를 굳힌 것일까? 무튼, 이 영화는 바로 그 공식에 딱 적당하다.
김하늘이 예전에 비해 교과서 읽는 연기는 탈피했다지만, 딱히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온 에어에서 보여줬던 그 오만하고 도도한 오승아의 느낌으로 한 카리스마 하고 한 성깔하는 '선배' 역할이 잘 맞다.(그러니까 엔딩씬!)
이런 식의 이중 첩보물은 흔하지만, 결국 그 흔한 소스를 가지고 얼마나 관객을 즐겁게 해주는가가 관건일 터이니, 그런 면에서 영화는 성공적이다.
재미만 따지고 본다면 별점 다섯은 충분하다. 가볍게, 신나게, 즐겁게.
이런 종류의 제목은 2탄 나오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는데, 혹시 후속 영화가 나온다면 승진해 버린 6급 공무원???(역시 제목 별로다. ;;;)
그리고 김하늘의 맞선남으로 나온 그 남자, 인상 참 좋더라. 대사가 거의 없었는데 그래서 더 멋져보였다는 후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