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와 하늘을 나는 배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7
아서 랜섬 글, 유리 슐레비츠 그림, 우미경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유리 슐레비츠의 그림이다. 칼데콧 상을 받았다. 역시 언니네 집에서 눈 번쩍이며 집어온 책! 

옛날 옛날에, 늙은 농부 부부가 살았는데, 이들에게는 아들 셋이 있었다. 세 아들 가운데 두 아들은 영리했지만, 셋째 아들은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였다. 어린 아이만큼 순진하고 어리숙했던 셋째 아들은 남에게 해로운 일을 한 적이 없지만 부모는 탐탁치 않았나 보다.  

그런데 어느 날, 나라를 다스리는 차르가 온 나라 안에 알리기를 '하늘을 나는 배'를 가져오는 사람과 공주를 결혼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래 어떻게 되었을까? 두 형은 그 길로 집을 나섰고,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 좋은 옷, 맛 좋은 빵과 고기 요리, 옥수수 브랜디가 든 술병까지. 게다가 어머니는 큰길까지 배웅을 나와주시기까지 했는데, 그 후 두 아들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이야기. 뭐 어디 가서 잘 살지도 모르지만, 이 책에서 다시 나올 일은 없다. 어디까지나 이 책의 주인공은 막내, 셋째 아들이니까. 



셋째 아들도 공주님과 결혼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겠다고 하지만 부모님 아무 반응 없어주시고, 오히려 역정 내시고, 기어이 떠나겠다는 아들에게 어찌나 차별대우를 해주시는지, 말라 비틀어진 검은 빵과 물이 도시락의 전부였다는 것. 

하지만 착하고 순박한 이 사내는 길에서 만난 늙은 노인과 보잘 것 없는 도시락도 기꺼이 나눠 먹는 심성을 가졌다. 그런게 이게 어찌된 일일까. 도시락을 열어보니 그 별볼일 없던 도시락이 환상의 도시락으로 둔갑해 있는 게 아닌가. 이 노인네, 보통 인물이 아니로구나!!! 



우리가 짐작했듯이, 그 노인이 엘리야에게 온 까마귀 노릇을 제대로 해주어서, 셋째 아들은 하늘을 나는 작은 배를 타고 여행을 시작한다. 노인은 궁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모든 사람을 다 태우라는 당부를 했는데, 역시 우리가 당연히 짐작하듯이 이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셋째 아들에게 닥칠 고난을 피하게 해줄 구세주들이다.  

그렇게 셋째 아들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너무 빨리 달려서 한 발로만 걸어다니는 사내, 귀가 너무 밝은 사내, 명 사수, 거침 없이 먹을 수 있는, 또 마실 수 있는 사내, 장작더미로 군인을 만들 수 있는 사내, 짚더미로 뜨거운 불을 차갑게 식힐 수 있는 재주를 가진 사내까지...... 



그리하여 마침내 도착한 차르의 성. 차르는 훌륭한 왕자를 기다렸는데, 하늘을 나는 배를 타고 온 남자는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였고, 동행한 사람들도 그저 평범하고 하찮아 보이는 농부들로 보였다. 그러니 배만 빼앗고 녀석들을 모두 내쫓을 궁리를 해버린 것.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임금님들은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 툭하면 공주를 경품(?)으로 내걸고, 시험을 통과한 사내를 내쫓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하다가 꼭 큰 코를 다치고 만다. 이 이야기 속의 차르 역시 예비된 순서를 밟고 만다.  

셋째 아들 혼자서는 결코 감당할 수 없는 시험들이 떨어지지만, 배를 타고 같이 왔던 사내들 덕분에 셋째 아들은 마침내 공주님과 혼인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 



때 빼고 광 냈더니, 셋째 아들은 꽤 훌륭한 외형의 젊은이로 재탄생 했고, 어찌된 일인지 영리해지기까지 해서 공주님은 흠뻑 빠져버렸다는 후문이 있다.  

유리 슐레비츠는 글을 간결하게 쓰는 편인데, 이 작품은 아서 랜섬의 글로 내용이 좀 많다. 등장하는 도우미도 너무 많고, 그 덕분에 통과해야 할 시험도 너무 많다. 그래서 이야기가 좀 길어지는 단점이 있다. 

여하튼, 옛 이야기 속에선 착한 주인공이 그 착한 마음씨 덕분에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난관을 헤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데, 그가 착하고 순박한 것 말고도, 스스로 지혜로워서 달콤한 열매를 맺는 그런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

이 책은 이야기가 나쁜 건 아니지만 너무 익숙한 패턴의 이야기인지라 조금 식상한 면이 있다. 다만 차르의 궁전이 그렇듯, 러시아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그림 보는 색다른 재미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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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4-28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가 자식을 차별하는 점에서 마음에 안드네요 ㅡㅡ;
그래도 셋째 아들이 착해서 복도 많이 받아서 다행이에요^^
저도 '하늘을 나는 배'를 타고 여행을 하고 싶어요~~

마노아 2009-04-28 21:10   좋아요 0 | URL
랜디 포시 교수님은 결혼식 마치고 풍선 기구 타고 신혼 여행을 떠났는데 중간에 문제가 생겨서 불시착을 했어요. 위험천만했지만 그 풍선 기구 타보고 싶어요. 하늘을 나는 배 기분이 나지 않을까요.^^

순오기 2009-05-01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리 슐레비츠 '비밀의 방'스런 그림이 보이네요.^^

마노아 2009-05-01 09:49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책 떠오르더라구요. 거긴 술탄이었지만 좀 비슷한 분위기가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