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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살인 - Private ey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탐정추리물이라니, 게다가 황정민 류덕환 주연이라니, 당연히 밑밥이 좋았다. 결과물도 좋을 줄 알았지. 기대엔 많이 못 미쳤지만...;;;
떼인 돈 받아주고, 도망간 마누라 찾아주는 전직 군관 출신 홍진호(황정민). 미국으로 출발하는 배를 타기에는 돈이 많이 모자란 그때에, 큰돈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바로 내무대신의 외아들이 실종된 사건인데, 그 변사체를 주운 의생관 광수(류덕환)가 살해 누명을 쓰게 생겼으니 시체를 찾아달라고 한 것이다. 포상금을 의뢰비로 주겠다고 예약(...;;)한 것.
홍진호는 사대부가 작은 마님인 순덕(엄지원)의 도움으로 수사를 진행하는데, 여기서 순덕은 여류 발명가로 나온다. 망원경도 만들어 주고, 현미경 비스무리한 것도 나오고, 옆방 도청도 가능한 은청기(청진기를 모방한)도 만든다. 이들이 서로 연락을 주고 받을 때는 신문광고를 이용하는데 어느 교회에서 예배가 있다고 기사를 내면 만나자는 표시가 된다.
시체의 저 꿰맨 자국은 광수가 사체를 줏어서 해부 실습을 해버린 흔적이다. 저것 때문에 내무 대신 집에 시체를 갖다 줄 수 없었던 것.
사건의 진행에 몇 가지 단서가 드러난다. 일단은 사체가 하나고, 사체 방에서 발견된 백색가루(마약이었다!), 그리고 으시시 분위기의 일본 인형. 그리고 이어서 경무국장이 똑같은 수법으로 살해되는데 사체의 입에서 발견된 현란한 무늬의 옷조각.
그리고 그 옷조각을 찾기 위해서 찾아간 유랑단에서 훔쳐온 칼.
사건의 핵심에는 소아성매매를 주선한 유랑단장과 그것을 중개한 순사부장, 그리고 어린애들을 상대로 몹쓸 욕망을 채운 고위 간부들과 마약 등등이 펼쳐져 있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탐정 수사물에, 저 현란한 주조연에, 흥미로울 법한 이야기를 소재로 했는데, 생각 밖으로 영화는 싱겁다. 간이 덜 배었달까? 아니, 그보다 맛이 제멋대로다. 좀 더 알맞게 간을 봤어야 하는데 덜 익혔거나 너무 익혔거나. 하여간 수저를 든 관객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홍진호와 광수는 마치 셜록 홈즈와 와트슨 같은 역할을 해야할 것 같지만 어설펐고, 무엇보다 궁금했던 홍진호와 순덕의 과거 이야기가 거의 안 나온다. 그가 군관 시절에 순덕의 호위 무관이었다는데, 망설이다가 놓쳤다고 하는 걸 보니 둘 사이의 썸씽이 있었겠는데 그냥 그 대사 몇 줄이 다다.
제목이 '그림자 살인'이 된 것은 유랑단장의 정체와 관련이 있는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그 의미에 대해서는 코멘트 생략.
저 위의 사진의 사체는 배우가 직접 누워있는 것일 테지? 저렇게 분장하고 누워있는 것도 거시기하겠단 생각이 든다. 어휴..;;;
그나저나 엄지원은 미모롭고, 분위기도 단아하고 다 좋은데, '대사'가 좀 많이 약하다. '포스'가 부족하다. 영화 속 비중이 점점 줄어드는 것도 연기력의 문제일까? 실제 촬영 분량은 더 되었겠지만 개봉하고 나면 많이 편집되는 비운의 배우인 듯(놈놈놈에서도 그랬다지.)
마지막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에서, 우리 황제 폐하 잘 생겼다는 말은 솔직히 오버다. 본판도 그렇지만, 당시 나이가 얼만데...;;;;
비오는 날 보아서 더 을씨년스럽긴 했는데, 여러모로 좀 김빠졌다. 감독의 영화 데뷔작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저 정도의 배우를 섭외할 수 있었던 것을 보면 능력있어 보인다.(요 시나리오로 상 받았는데, 글을 영화로 옮기는 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감독님이 제일 크게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