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꽃
산에 가면 산꽃들이 환하게 피어 있고요 들에 가면 들꽃들이 예쁘게 피어 있어요 어두운 밤하늘엔 별들이 도란도란 빛나고요 우리나라엔 우리들이 반짝반짝 빛나요
산에는 산꽃 들에는 들꽃 밤하늘엔 별꽃 우리나라엔 우리들이 꽃이에요-14쪽
큰물 지나간 강가
지렁이가 죽으면 개미가 치워줍니다
하늘에 먼지가 끼면 비가 땅으로 가져옵니다
두더쥐가 죽으면 썩고 썩은 것들은 흙이 가져가고 흙은 풀과 나무를 키웁니다
큰물 지나간 저 강가에 비닐과 농약병은 누가 가져갑니까-34쪽
비 오는 날
하루 종일 비가 서 있고 하루 종일 나무가 서 있고 하루 종일 산이 서 있고 하루 종일 옥수수가 서 있고
하루 종일 우리 아빠 누워서 자네-42쪽
우리 아빠 시골 갔다 오시면
우리 아빠 시골 갔다 오시면 시골이 다 따라와요
이건 뒤안에 상추 이건 담장에 호박잎 이건 앞마당에 토란 잎 이건 위꼍에 애호박 이건 강 건너 밭에 풋고추 이건 장광에 된장 이건 부엌에 고춧가루
우리 아빠 시골 갔다 오시면 시골이 다 따라와요 맨 나중에는 잘 가라고 손짓하시는 우리 시골 할머니 모습이 따라와요 할머니 보고 싶어요-44쪽
강 건너 콩밭
오늘도 학교 갔다 와서 아기 업고 강 건너 밭에 아기 젖 주러 갑니다
밭에 가면 어머니는 콩밭이 훤하게 지심을 매다가 내가 엄마!하고 부르면 아이고 내 새끼 아이고 내 새끼 배가 을매나 고팠을까 하며 수건 벗어 먼지 털고 밭가로 나와 아기 젖을 줍니다
아기는 두 손으로 엄마 젖을 움켜쥐고 젖을 빨며 까만 눈으로 엄마 눈을 바라봅니다 아기 눈엔 엄마가 엄마 눈엔 아기가 들어 있습니다
젖을 다 먹이고 아기 업고 돌아오면 아기는 내 머리를 잡아당기고 길가에 풀잎을 뜯기도 합니다 나는 풀꽃을 꺾어 아기 손에 쥐여줍니다
집에 와서 아기를 내려놓고 강 건너 콩밭을 보면 콩들이 엄마 뒤를 따라 올망졸망 자라고 내가 집에 다 갔나 못 갔나 고개 들고 우리 집 보며 또 자랍니다-60쪽
방학
학교는 뭘 할까
운동장은 뭘 할까
교실은 뭘 할까
내 책상 내 의자는 지금 뭘 할까 미끄럼틀 철봉은 서서 뭘 할까
선생님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내 짝은 숙제 다 했을까
학교는 지금 뭘 할까-107쪽
할머니 집에 가는 길 - 봄
할머니 집 가는 길에 산벚꽃이 하얗게 피어 있어요
할머니 집 가는 길에 진달래꽃 붉게 붉게 피어 있어요
할머니 집 가는 길에 동네마다 집집마다 살구꽃이 하얗게 피어 있어요
할머니 집 고샅길에 민들레꽃 피어 있고요 할머니 집 들어서면 오냐온냐 내 새끼 많이 컸구나 내가 내가 어여쁜 꽃이 됩니다-111쪽
할머니 집에 가는 길 - 여름
할머니 집에 가는 길 매미가 웁니다
할머니 집에 가는 길 염소가 웁니다
할머니 집에 가는 길 꾀꼴새가 노랗게 울며 납니다
할머니 집에 들어서며 할머니 할머니 찾아 부르면 아이고 내 새끼 더 많이 컸구나 보고 싶은 내 새끼 할머니가 웁니다-112쪽
할머니 집에 가는 길 - 가을
할머니 집에 가는 길 들국화가 피어 있는 길
할머니 집에 가는 길 산마다 단풍물이 곱게 물든 길
할머니 집에 가는 길 벼들이 노랗게 익어가는 길
할머니 집에 가는 길 알밤들이 툭툭 떨어지는 길
할머니 집에 가는 길 마을마다 지붕에 빨갛게 고추가 널려 있는 길
할머니 집에 가는 길 할머니들이 허리 굽혀 콩을 거두는 길-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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