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에서 윈도우 쓰는 제일 쉬운 방법 [제 904 호/2009-04-20]


정보통 씨는 예쁘고 세련된 디자인의 애플 컴퓨터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기왕 쓰는 컴퓨터, 저렇게 세련된 제품을 쓰면 좋겠지’하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선뜻 애플 노트북을 살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정보통 씨가 다니는 회사의 인트라시스템에 접속하거나, 기존의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윈도우즈 PC를 써야만 하기 때문이다. 회사일을 집에서 처리하거나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서는 계속 윈도우즈 PC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정보통 씨는 그동안 눈독 들이던 애플의 노트북을 덜컥 사들였다. 최근 정보통 씨는 가상화 소프트웨어 덕분에 애플의 OS X(오에스 텐)에서도 윈도우즈 응용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가상화(virtualization)는 컴퓨터에서 컴퓨터 리소스의 추출을 일컫는 광범위한 용어이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wikipedia)는 가상화를 “물리적인 컴퓨터 리소스의 특징을 다른 시스템, 응용 프로그램, 최종 사용자들이 리소스와 상호 작용하는 방식으로부터 감추는 기술”로 정의하고 있다. 즉, 여러 가지 리소스(서버, 운영체제, 응용 프로그램, 저장장치)를 하나의 리소스처럼 보이게 하거나, 단일 리소스에서 여러 가지 물리적 리소스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좀 알쏭달쏭하게 들리지만, 실제 가상화의 구현 방식은 간단하다. 정보통 씨가 한 것처럼 한 대의 PC에 여러 가지 운영체제를 복수로 설치하여 동시에 사용하는 것, 이것이 가상화 기술이다. 다른 말로는 ‘플랫폼 가상화’라고도 불린다.

가상화 기술은 이미 1970년대 메인프레임 시절부터 사용되어 왔다. 에뮬레이션도 가상화의 한 예다. 최근 인텔이나 AMD의 x86 계열 CPU에서 가상화가 본격적으로 지원되면서 가상화 기술은 더욱 붐을 일으키고 있다. 플랫폼 가상화의 개념은 데이터 저장장치나 네트워크 리소스와 같은 특정한 시스템 리소스의 가상화로 확장되었다.

이제 정보통 씨는 사진을 정리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 또 영화를 볼 때는 애플 노트북에서 기존의 OS X를 사용하다가, 사내 인트라에 접속하거나 인터넷 뱅킹이 필요할 때면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통해 MS 윈도우즈 창을 열어서 사용한다. 리눅스용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면, 리눅스도 문제없이 띄울 수 있다. 정보통 씨의 애플 노트북은 한 대의 컴퓨터이지만 마치 여러 대의 PC를 사용하는 것처럼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상화는 컴퓨팅 환경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나 포레스터리서치, 가트너그룹 등은 수년 전부터 가상화를 PC 분야의 가장 중요한 기술로 전망하고 있었다. 실제로도 가상화를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시장은 매년 60% 이상 성장해오고 있다. 가상화가 이처럼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은 비용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모든 기업이 경비절감에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 가상화는 더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오늘날 기업 업무에서 IT 시스템은 필수적인 장비로 자리 잡았다. 결재는 물론, 기안, 사내 정보교류, 구매 및 입찰, 자산 관리, 재정, 웹 관리 등 대부분의 업무가 IT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진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기업은 전체 직원 수보다 더 많은 업무용 PC와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 컴퓨터의 유지관리에 적잖은 비용이 들어가는 건 말할 나위도 없다. 그중에서도 각종 운영체제의 보안패치,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 각종 바이러스 및 보안 프로그램의 관리 등에 특히 큰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사내 업무용 PC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가상화 기술을 도입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클라이언트 가상화 컴퓨팅’도 가상화의 일종이다. ‘클라이언트’는 중앙 서버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개개인의 다양한 IT 기기를 뜻한다. PC, 노트북, PDA는 물론이고 아이팟, 휴대전화도 클라이언트가 될 수 있다. 이처럼 기기를 추가로 구입하지 않고 가상화를 통해 기존의 유휴자원 활용도를 높이는 기술이 클라이언트 가상화 기술이다. 기존의 장비를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비용을 아낄 수 있고, 데이터센터에서 컴퓨터를 개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서 업무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가상화 기술을 도입하면 여러 이점이 있다. 직원들의 책상 위에 있는 PC를 얇은 클라이언트로 교체하게 되면 사무공간이 절약된다. 데이터센터에 위치한 서버 또는 얇은 블레이드 PC가 직원들의 PC를 대신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시스템의 관리가 한 곳에서 모두 이루어지고 장비 구입 및 설치 비용도 절약된다. 직원들은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면 어디서든지 자신의 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어서 업무효율성이 높아지고, 기업 입장에서는 바이러스 등에 대처하거나 기밀문서 유출 방지 등 각종 관리업무를 쉽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는 가상화를 통해 비용을 얼마나 아낄 수 있을까? 가상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가상화 도입을 통해 절약될 비용(장비 도입비용, 전기요금, 장소임대비용, 관리비용 등)을 계산해주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이러한 사이트에서 계산해보면, 가상화를 통해 전체 IT 장비의 유지보수 비용이 최대 50%까지 절감되기도 한다.

가상화를 통해 한 대의 컴퓨터에 하나의 운영체제만 설치되는 기존의 비효율적 환경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 가상화 기술 덕분에 앞으로는 특정 운영체제가 시장을 독점하는 일이 드물어질 것이다. 정보통 씨의 사례처럼 MS 윈도우즈만 사용하던 사람들이 다른 운영체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상화는 회사의 비용을 절감해주고 개개인의 컴퓨터 사용을 편리하게 할 뿐만 아니라, 시장 질서까지도 바르게 재편해주는 ‘효자’ 기술인 셈이다.

글 : 이식 박사(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http://scent.ndsl.kr/View.do?type=1&class=100&seq=4115&B4Class=All&onlyBody=FALSE&meid=1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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