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의 소원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7
하이디 홀더 글.그림,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1996년 2월
평점 :
절판



아주 오래된 나무에 살고 있는 아주 늙은 까마귀 한 마리. 

이 까마귀는 반짝이는 물건을 모으는 것이 취미였다. 

그래서 까마귀의 방은 온통 반짝이는 것들로 가득했는데, 골무, 구슬, 열쇠, 거울, 방울, 왕관,가위, 포크, 기타 등등... 

온갖 것들이 잔뜩 있다. 그림 속 숨은 그림 찾기하듯 반짝이는 물건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크다.  

열심히 찍어보았지만, 반짝이기는커녕 사진 상으로는 너무 퇴색된 빛깔이다. 반성하고 있다.ㅠ.ㅠ 

암튼, 이 까마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반짝반짝 빛나는 '은박지' 

아, 다이아도 아니고 소박하게 은박지다.  

이 까마귀 급 맘에 든다! 

나무 속 집안 풍경은 또 어찌나 정겨운지, 볕 잘드는 저런 집에 살고프다!  

내일은 주머니쥐의 생일 잔치가 있는 날인데 숲속 친구들이 모두 초대를 받았다. 까마귀 아저씨도 이 소식을 들었지만 낡아빠진 깃털을 갖고 있는, 게다가 선물 살 돈도 없고, 같이 갈 친구조차 없는 까마귀 아저씨는 잔치 자리에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쓸쓸한 마음을 달래며 다시 한 번 반짝이는 조각들을 찾아 비행하는 까마귀 아저씨. 이때 살려달라는 SOS 소리에 달려가보니......





달빛처럼 빛나는 날개를 가진 아름다운 백조 한 마리가 덫에 걸려 꼼짝도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피곤에 지쳐 있던 까마귀는 금세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여 집으로 날아가 가위를 찾아낸다.  

반짝이는 물건들 중 이렇게 실용적인 것들이 있다는 게 참으로 다행이다.  

생명을 구해 받은 백조는 은혜에 보답하고 싶어서 작은 파란색 상자를 까마귀에게 주었다.  

상자 속에서 눈부시게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와 까마귀는 깜짝 놀라고 만다. 백조의 설명을 듣자니, 이것은 별가루인데 자기 전에 베개 밑에 조금만 뿌리고 소원을 빌면 아침에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럴수가! 까마귀는 횡재했다!
문득 백조가 은혜 갚느라 자기 깃털 뽑아 비단 만들어주던 옛 이야기가 떠오른다. 내가 아주 어릴 때에 보았는데 하희라가 백조 여인 역할을 맡았었다. 절대 문 열어보지 말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남자는 사랑하는 여인을 잃었었던 이야기... 


암튼. 백조 아가씨 덕분에 까마귀 아저씨는 잔뜩 흥분하고 만다. 어떤 소원을 빌지 머리 속에 잔뜩 그려보는 즐거운 작업이 이어진다. 젊고 활기찬 새, 빛나는 깃털, 부자에다, 아내도 얻게 해달라고 빌고 싶었는데...... 

슬프게 울고 있는 작은 생쥐와 그만 만나고 말았다. 

생쥐가 슬픈 이유는 내일이 주머니쥐 생일인데 자신의 짧은 꼬리가 챙피해서 갈 수 없다는 것이다. 

동정심이 가득한 까마귀는 별가루 상자에서 별가루 한줌을 꺼내주며 소원을 비는 방법을 알려준다.  

생쥐가 좋아서 펄쩍 뛰었을 것은 당연한 일. 

그나저나 생쥐의 집조차도 어쩜 저리 클래식한 아름다움이 있는지! 

넝쿨이 감싼 문에게서 고즈넉한 멋이 배어 있다. 창문도 마찬가지. 그렇지만 쥐를 너무 사실적으로 그려서 옷 입고 있는 쥐는 전혀 귀엽지도 예쁘지도 않다는 거......;;;; 

 

하지만 이렇게 소원 빌어주는 별가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친구가 너무나 많았으니...  

찢어진 청바지 입은 저 개구락지도 그랬고,  

레이스 달린 드레스 입은 토끼 아가씨도 마찬가지였다. 손수건에 수까지 놓여 있는 그야말로 '아가씨'지만, 역시나 지극히 사실적인 그림 덕분에 토끼 아가씨도 눈길 주기가 힘들다. 그치만 헝겊으로 만든 듯한 저 보드라운 신발은 참 예쁘구나! 

까마귀 아저씨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친구들에게 아낌 없이 별가루를 내어주었고, 그 바람에 자신의 소원을 빌 별가루가 남아있지 않았다.  



까마귀는 참석하지도 못한 생일 잔치에, 까마귀의 도움을 받은 친구들은 모두 참여해서 어찌나 즐겁게 지내는지...... 

그들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니 까마귀는 진심으로 기뻐했지만 외롭고 아픈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왜 아니겠는가. 남 좋은 일만 실컷하고 자신은 거기에 동참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피곤에 지쳐 한숨을 푸욱 내쉬던 까마귀는, 자신을 위한 소원을 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중얼거리며 상자를 열어본다.  

그런데 모두 나눠주고 더 이상 없다고 여겼던 별가루가 딱 한 개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아, 드디어 까마귀도 소원을 빌 차례가 온 것일까! 까마귀는 어떤 소원을 빌 것인가. 다음 날, 까마귀는 어떻게 변신할 것인가! 개봉박두....가 아니라 여기서 생략! 

책에 대한 평가가 아주 좋다. 어려움에 처한 친구들을 기꺼이 돕는 까마귀가 자신의 소원도 이룰 수 있게 되었으니 무척 바람직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제 겉모습이 초라해 보여서 친구의 생일 잔치에 갈 수 없고, 같이 갈 친구가 없어서 못 가겠고, 선물 살 돈이 없어서 못 가겠고...... 실제로 저런 문제들은 우리들을 주춤거리게 만드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저렇게 소원을 들어주는, 로또 버금가는 별가루가 없다면 우리는 친구의 생일 잔치에 참석해서 축하해 주고 함께 즐길 수도 없단 말인가?  

까마귀의 소원도, 다른 친구들의 소원도 지극히 물질적이다. 아, 물론 나도 저런 별가루가 있다면 부자가 되게 해 주세요~ 예뻐지게 해 주세요~ 뭐 이런 소원이 먼저 떠오를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그게 마치 '바람직한' 것처럼 보여지는 것 같아서 좀 거시기 하다. 어린이 친구들은 이 책을 보면서 어떤 기분이 들까? 까마귀 아저씨 너무 착해요~ 주머니쥐의 생일 파티에 간 친구들이 부러워요~ 뭐 이럴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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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4-17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한테 사랑받지 못하고 색깔은 검은색인데다 나쁜 소식을 전해주는 나쁜 까마귀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본 순간 까마귀가 다르게 보입니다.^^ 그런데 잘 나가시다 요기서 뚝 끊어버리시면 어쩐데요ㅠ-ㅠ 책임 지세요~~~

마노아 2009-04-17 08:56   좋아요 0 | URL
스포일러를 남발한다는 얘기를 몇 번 들어서 꼭 중요한 순간에서 끊기로 했습니다.^^ㅎㅎㅎ
일본에선 까마귀가 무척 많고 우리처럼 흉조라는 인식이 없다던데, 거기는 오히려 까치가 우리와 반대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미국에서도 까마귀는 좀 안 좋게 인식되나요?

후애(厚愛) 2009-04-17 09:48   좋아요 0 | URL
까마귀를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은 농부들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비둘기, 까치를 안 좋아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건 병균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저는 가끔씩 차사고를 당하여 도로에 죽어있는 다람쥐와 토끼를 까마귀와 까치들이 먹는 걸 본 뒤로는 아예 좋아하지 않았지요.^^;;

마노아 2009-04-17 10:58   좋아요 0 | URL
헉, 까치도 먹어요? 그건 또 몰랐네요.
어휴, 한국에서 까치는 반가운 손님을 뜻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정이 뚝! 떨어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