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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순의 천일야화 6 - 알라여,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
양영순 지음 / 김영사 / 2006년 10월
평점 :
평화로운 마을이 있었다. 지상 낙원과 같은 그곳의 유일한 약점은 50년을 주기로 마신역병이 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마신역병을 퇴치하기 위해서 금지된 술법을 사용하니, 그것이 마라이카와 지브릴이다. 쌍둥이들은 사념의 전달이 용이하기 때문에 쌍둥이 노예 영아를 구매하여 지브릴의 피로 마라이카의 몸에 갑옷을 그린다. 그렇게 되면 마신역병에 걸린 변성마신들의 눈에는 마라이카가 보이지 않아서 퇴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마라이카는 지브릴이 기도문을 외울 때에만 살아남을 수 있다. 변성마신들이 모두 죽으면 살기를 억제하지 못해 마을을 공격할 수 있으므로, 임무가 끝난 마라이카는 모두 제거되어야 한다. 이때 쌍둥이 형제 지브릴을 이용한다. 따로 키우기 때문에 형제의 존재를 모르는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기도문 외우는 업무에서 해방되고, 바로 그 순간 그들의 형제는 죽게 된다.
지난 이야기에서 등장했던 유진은, 바로 그 쌍둥이 중에 마라이카였다. 그가 지금껏 말썽 부리고 망나니 짓 하며 막 살고 있을 때에, 그 생명을 이어주게 한 것은 자신도 모르는 쌍둥이 형이었다. 기도문 기억나는가?
저희가 누리는 이 하루가 저희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간절함 염원과 기도로 이루어진 것임을 알게 하소서.
울컥하게 만드는 이야기 전개였다. 당장 죽어도 누구 하나 울어줄 이 없을 것 같은 이 무도한 자에게, 그 생명 끊어질까 봐 단 한시도 시지 않고 기도문을 외어주는 형제가 있었다. 그가 보여준 희생과 사랑은 이 탕아를 회개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뜨거웠다.
예수님을 모델로 한 만초 선생은 초절정 엽기 발랄 캐릭터였는데, 그가 마을 청년들을 모아서 '사랑 요법(?)'으로 적들을 퇴치하는 장면이 몹시 인상적이었다. 지나치게 심각하거나 혹은 무거울 수 있는 작업을 그의 캐릭터를 빌려 가볍고 즐겁게 통과시킨 것이다.
죽었어야 마땅했을 것 같던 유진은 새 생명을 구했다. 그는 이제 자신과 같은 마라이카들을 위해서 주문을 외운다. 그의 하루는 감사와 용서로 시작되어 감사와 용서로 끝난다.
당신의 용서와 사랑 앞에
오늘도 이 죄인
무릎 꿇고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민!
아랍권에서는 '아멘'의 의미로 '아민'이란 표현을 쓰는 것일까? 아님 예수님을 모델로 가져왔기 때문에 그 비슷한 단어를 쓰는 것일까? 종교를 떠나서 감동받지 않을 수 없는 내용 전개였다.
자, 그리고 이제 샤리야르 왕의 이야기를 끝내야겠다. 반역은 제압했지만 새롭게 내전이 시작되었고, 그 내전을 뒤덮을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진다. '말에서 내리지 않는 자'들의 공격. 아마도 몽골 족의 공격일 것이다.
여기서 뜻밖의 반전의 반전이 일어난다. 양영순의 천일야화를 2008년도 만화 대상으로 올려놓은 극적인 결말이 준비되어 있다. 참으로 오래오래 가슴에 남을 듯하다.
읽고 중고샵에 팔아버리곤 했는데, 이 책은 아무래도 소장해야겠다. 한 번 읽고 접기에는 감동과 여운이 너무 크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읽을 수 있게 오래오래 간직해야겠다.
웹 연재분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서 스크롤바의 압박과 스크린의 피곤함에도 들여다보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지금도 연재분을 찾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뭐, 다음 기회에 보아도 좋다. 지금은 충분히 감동적이다.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울고 싶습니다. 목놓아 울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울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