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순의 천일야화 3 - 마도서의 저주, 누군가 한 명은 죽어야 한다
양영순 지음 / 김영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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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있었단다.
그리고 그 소녀를 바라보는
소년이 있었지!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무척 극찬을 받았던 것으로 안다. 직접 1권을 읽을 때에도 출중하네...라며 감탄은 했지만 '감동'까지는 아니었는데 3권을 읽은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이유를 제대로 깨닫고 있다. 이 작품, 진국이구나. 

어느덧 세라쟈드가 왕의 침실에 온지 한 달이 지났다. 왕은 무심코 큰 소리로 웃으면서 변해가는 자신에게 적잖이 당황한다. 여전히 여자는 요물이라고 자기 최면을 걸면서.  

아무튼 현명한 세라쟈드는 오늘도 놀라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번에 등장한 것은 '흡혈 마신'이다.  



2권에도 출연했던 궁중 시인 지산. 왕은 자기가 질 것 같으면 테이블을 엎어서 꼭 장기판을 망친다. 그러거나 말거나 절대로 표정 변화 없는 지산.  

그런 지산을 흥분시키는 유일한 것은 만초 선생의 책. 여기서 '선생'이란 호칭은 역사에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지만 가장 역사적인 사건들 바로 옆에서 인간들을 관찰하는 모습을 보이는 최고종을 가리킨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에는 만초 선생도 등장할 듯하다. 기대되는 캐릭터다. 

아무튼, 역시나 마신 사냥꾼이 하나 등장하고, 평범한 일반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마도서 한 권이 도난 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훌륭한 음식을 대접 받고 도적 잡아주겠다고 나선 선생 둘. 이 사람들은 여기서 적당히 유머러스한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흡혈 마신과 흡혈 마신에게 목을 물려 완전히 그에게 빠져버린 왕비에 의해 병들어 누워 있는 임금. 그 임금을 찾아온 오랜 친구 자무시. 이 친구는 사실 어릴 때부터 왕비를 사모해 왔었다. 그리고 그를 지키는 사타의 검은 부대 출신 카이. 살아 돌아오기도 힘든 지옥훈련을 견뎌낸 이 여자 노예가 이 작품에서 나를 무척이나 감동시켰다.  

흡혈마신과 싸우는 과정에서 원치 않는 희생이 있었고, 피를 빨려 함께 죽을 위기에 빠진 왕비와 카이. 자무시는 유머 담당 선생으로부터 마도서의 '재생의 장'을 받지만 달랑 한 장이었다.



누군가 한 명은 죽어야 했다. 그리고 그걸 선택하는 것은 자무시의 몫이었다. 평생 흠모했던 한 여인. 평생 자기를 지켜온 경호원. 그의 선택이 얼마나 힘들지 알고 있는 카이가 보여준 마지막 헌신.   

맹목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했던 것. 그것이 한참 허무해지는 순간을 보여주고, 또 마찬가지로 맹목적으로 누군가를 사모한 뒤, 그 사랑의 절대 힘을 보여준 에피소드였다. 작품의 완성도가 무럭무럭 솟아오른다. 그저 감동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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