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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니아 이야기 6
토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4월
평점 :
꽤나 현대적인 감각과 유머를 자랑하지만, 그래도 여왕이 있고 귀족이 있는 시대물 만화인지라, 가끔 주인공들이 그 직분을 제대로 직시하는 내용들이 전개될 때가 있다.
에큐가 공작가의 영양이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좀 더 수월하게 목표로 하는 것을 얻어낼 때가 그랬고, 타니아의 선생인 라이언 닉슨 공작이 에큐를 사랑하는 사이임에도 대신들은 타니아의 배필이 될 수 있는 인물로 점찍어 놓은 것이 그랬다. 심지어 에큐의 아버지조차도.
뿐인가. 타니아와 같은 왕족들은 나라에 쿠데타와 같은 위급 사항이 생겼을 때 어떻게 몸을 피할 것인가를 평소에 훈련과 경험으로 숙련시켜 놓는 점이 절묘했다. 그런 상황에서 제일 위험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에큐의 집안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발랄 여왕 타니아는 돈 될 물건 들고 튀는 게 더 장땡이라는 평소 소신을 굽히지 않아서 나름대로 안심이랄까...^^;;;
에큐가 라이언을 상대로 질투를 느꼈다는 것이 두 사람 사이의 청신호로 보인다. 늘 선머슴 같은 에큐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라이언을 늘 주시하고 있었다는 거였으니까. 워낙에 남색 선호였던 라이언이었던지라, 11살 가슴과 엉덩이 그대로인 에큐가 그를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가 좋아하는 게 에큐 그 자신인지, 아님 사내처럼 보이는 에큐인지 확신이 필요했으니. 라이언은 분명 진심으로 에큐를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 에큐가 염려하는 부분이 완전히 해소된 것 같진 않다는 느낌이다. 그러니 두 사람의 어떤 진전은 좀 더 기다려야겠다.
파마 왕국의 콘라드 왕자 에피소드도 사람 냄새가 좀 나서 좋았더랬다. 너무나 완벽하게 교육받은 터라 실수라곤 전혀 할 것 같지 않던 이 왕자님이 질투를 하고, 번민을 하고, 또 연민을 갖고 책임감을 갖는다. 정략혼을 하는 여동생을 염려하고 사랑 없는 결혼이어서 동생이 불행해질 것 같으면 체면 불사하고 동생을 데려올 각오까지 하다니. 이런 콘라드 왕자라면 칼바니아 여왕과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콘라드 왕자와 달리 타니아는 아직 결혼 생각이 없다. ^^
처음 등장한 풋푸는 예상 외의 나이를 자랑(?)하는데 이번엔 짧게 등장했으니 다음 번 활약을 좀 기대해야겠다.
재미는 앞 이야기보다 다소 떨어졌지만 좀 더 진지한 이야기가 진행되어 그 또한 나쁘지 않았다. 모처럼 뒷표지를 장식한 로프스, 축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