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도 세계 곳곳의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들을 고르고 골라 전해 드리는 ‘세상에 이런 일도’ 시간입니다. 오늘은 톡 쏘는 맛으로 사람들이 즐겨 찾는 콜라에 대해서 알아보죠. 사람들은 단순히 기호식품으로 마시는 콜라만을 알고 있지만, 사실 콜라는 다양한 쓰임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 주방용 세척제로 콜라를 사용해요.”
“전 기름때를 뺄 때 콜라를 씁니다.”
“녹슨 볼트에 콜라를 부으면 녹이 깨끗하게 빠집니다.”
아하,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각기 다양한 방법으로 콜라를 사용하고 있었군요. 이제 카트에 콜라를 골라 담는 사람들이 꼭 마시기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는 건 아시겠죠? 그런데 콜라를 더 색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피임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죠. 콜라와 피임이라니 언뜻 상상이 안 되시죠? 과연 어떻게 사용하는 걸까요? 1950~60년대 미국에서는 성관계 후 콜라가 피임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져 민간 피임요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심지어 최근까지도 몇몇 나라에서는 콜라를 피임용 질 세정제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민간요법은 과학적으로 효과가 있는 걸까요? 다행히도 그런 궁금증을 풀어줄 연구가 있었습니다. 지난 1985년 미국 하버드 의대 데보라 앤더슨 박사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지에 발표한 내용입니다. 데보라 앤더슨 박사는 정자를 넣은 튜브에 다이어트 콜라, 일반 콜라, 카페인이 없는 콜라를 넣고 정자의 상태를 관찰했는데, 그 결과 정자들은 한 시간 내에 거의 죽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다이어트 콜라가 살정 작용이 가장 강했다고 하네요.
그럼 이제 우리도 콜라를 살정제로 사용해도 되는 걸까요? 오, 그건 아닙니다. 연구팀은 “콜라의 독한 성분이 질과 자궁을 보호하는 이로운 세포까지 죽일 수 있고, 성교 후 정자를 죽이는 데 콜라를 사용해봤자 정자는 이미 자궁에 도착한 이후”라며 “콜라로 질을 세척하면 성병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사실 콜라가 살정 작용을 제대로 하는지도 여전히 의문입니다. 1987년 대만 타이베이 의대 연구진도 데보라 앤더슨 박사의 연구팀과 같은 실험을 했습니다. 과학자들이 정말 콜라에 관심이 많죠? 어쨌든, 이 실험에서는 앞선 연구와 상반된 결과가 나왔습니다. 대만 연구팀도 일반 콜라, 카페인이 없는 콜라, 다이어트 콜라 등을 놓고 실험을 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록 70% 이상의 정자들이 살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대만 연구팀은 “콜라가 살정 능력이 있을지 몰라도 기존 살정제보다 효과가 약하다.”고 밝혔습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의학적으로 안전한 다른 피임 도구들이 많은데 굳이 콜라를 사용할 이유는 없겠죠?
콜라의 피임 효과에 대한 연구는 과학자들이 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말 장난 같은 주제입니다. 항상 진지할 것만 같은 과학자들이지만 이렇게 제목만 들어도 웃음이 나오는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도 의외로 많습니다. 기상천외하고 기발한 과학 연구만을 골라 주는 상도 있습니다. 바로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이죠. 지난해로 벌써 18회를 맞는 이그노벨상은 과학계의 엽기 노벨상인 셈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데보라 앤더슨 교수의 콜라 살정기능 연구와 대만 연구팀의 연구는 2008년 이그노벨상 화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했습니다. 다른 수상 목록을 한번 살펴볼까요?
영양학상은 ‘씹을 때 듣기 좋은 소리가 나는 과자가 더 맛있다고 믿게 된다’는 논문을 발표한 영국 옥스퍼드대 심리학과 찰스 스펜스에게 돌아갔네요. 생물학상 수상자는 프랑스 툴루즈 국립수의대 카디에르게 외 2명이 수상했습니다. 수상한 논문은 ‘개에게 기생하는 벼룩이 고양이에게 기생하는 벼룩보다 더 높이 뛰는 이유’입니다. 놀랍게도 개의 벼룩이 고양이 벼룩보다 평균 20cm를 더 높이 뛴다고 합니다. 의학상은 ‘가짜 약이라도 싼 것보다 비싼 약이 효능이 더 좋다’는 논문을 발표한 미국 듀크대 댄 아릴리가 수상했습니다.
경제학상은 스트립댄서의 생식주기와 수입 간의 관계를 연구한 미국 뉴멕시코대 심리학과 제프리 밀러에게 돌아갔습니다. 제프리 밀러에 따르면 가임 절정기의 스트리퍼들이 수입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합니다. 18명의 스트리퍼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평소 5시간 동안 250달러를 버는 스트리퍼가 가임 절정기에는 350~400달러까지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평화상 부문도 있습니다. 2008년 이그노벨상 평화상 수상자는 식물에도 존엄성이 있다는 법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스위스 비인류 생명공학 윤리위원회였습니다.
도무지 이런 연구가 정말 진지하게 이뤄진 것인지 궁금하다고요? 물론입니다. 이 연구결과들은 ‘네이처’같이 권위 있는 과학잡지와 연구 저널에 실린 것들입니다. 연구자들도 모두 ‘진짜’ 과학자들이죠. 시상식은 하버드 대학의 샌더스극장에서 매년 10월 열립니다. 진짜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기 1주일 전에 시상식이 거행되죠. 상금도 없고, 시상식에 참가할 교통비도 숙박료도 지급되지 않지만, 시상식에는 실제 노벨상 수상자들이 참가하기도 합니다. 지난해 10월에도 1천2백여 명의 관람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재기 발랄한 퍼포먼스와 공연이 어우러진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과학자가 되길 꿈꾸시나요? 그렇다면 연구한 자신 말고는 아무도 주의 깊게 보지 않고 사라지는 논문이 한해 1만 편에 이른다는 것을 미리 알아두세요. 그리고 당신의 연구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사소하고 쓸모없어 보이고 심지어 엽기적인 연구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말입니다. 하지만 너무 실망 마세요. 그 사소하고 유머러스한 연구로 이그노벨상의 영광스러운 수상자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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