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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니아 이야기 2
토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10월
평점 :
내 짐작에, 이 작품은 작가가 처음 시작할 때 구상했던 것보다, 그리면서 쓰면서 점점 더 세계가 넓어진 게 아닐까 싶다. 등장하는 인물도, 에피소드도 말이다. 그래서 회를 거듭할 수록 이야기도 좀 더 촘촘해지고, 캐릭터도 더 분명해지는 것 같다. 내 짐작이다.
여전히 배경 없고 장난 치듯 익살스럽게 진행되는 그림과 에피소드들. 그런데 뚜렷이 알 수 있는 것은, 작가가 굉장히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인다는 거다. 아무리 좋아하는 거라 해도, 그것이 '일'이나 '직업'이 되어버리면 쉬이 피곤해지고 고단해지고, 또 지치기도 쉬운데, 즐겁게 재미나게, 신나게 그리고 있다는 게 독자 눈에 보인다. 이제 2권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분명 이 작가는 완결까지 신나게 달릴 것만 같은 분위기다.
그래서, 자신이 그릴 수 있는 것만 그리고, 좋아하는 것만 그리고, 하고 싶은 얘기만 하는 게 가능한 것은 아닐까? 역으로, 그렇게 하기 때문에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것일 게다. 이런 사고관, 이런 태도, 몹시 부럽고 반갑다. 긍정적 마인드의 총집합이랄까.
이번 편에서는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의 대결의 장이었다. 여왕이어서 힘빼는 타니아나, 공작가의 여자 후계자여서 이래저래 고생하는 에큐나, 혹은 거구를 자랑하는 남자지만 소심한 다골 장군이나, 그의 아들 패션 디자이너의 고민도 마찬가지였다. 서로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스스로 주지 않는 법을 다골 장군이 익혀서 다행이랄까. 여왕의 '생리 휴가'를 이렇게 귀엽게, 동시에 투쟁적으로 그리다니, 대단한 작가다.
그나저나 '커런트 레드'란 얼마만큼 강렬한 붉은 색일까? 어뜬 잘 상상이 가질 않는다. 검색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