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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ㅣ 미래그림책 41
유리 슐레비츠 지음, 양녕자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월요일 아침에는 비가 내렸다. 낡고 허름한 아파트는 당장이라도 삐걱거릴 것 같았고, 우중충한 날씨 때문에 우울함이 더 배가되는 그런 분위기다. 그 월요일 아침에, 나에게 손님이 찾아온다.


왕과, 왕비와, 그리고 어린 왕자가.
하지만, 나는 집에 없었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럼, 우리 화요일에 다시 와요."
미련 없이 돌아갔던 그들은 맑게 갠 화요일에 다시 나타났다.

왕이랑, 왕비랑, 어린 왕자랑, 그리고 기사가......
하지만 나는 집에 없었다.
어린 왕자가 말했지.
"그럼, 우리 수요일에 다시 와요."
눈치 챘는가? 계속 이렇게 한 사람씩 더 늘어나지만 그때마다 '나'는 집에 없었다. 그들은 미련 없이 다음 날을 약속하고 다음 날이면 원군(?) 한 명씩을 더 이끌고 나를 만나러 온다. 언제까지? 일요일까지.



수요일에는 근위병이,
목요일에는 요리사가,
금요일에는 이발사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집에 없었고, 이들은 다음 날을 기약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의 등장인물도 만나 보자.



토요일에는 우스꽝스럽게 생긴 광대가 찾아왔고,
일요일에는 히든 카드, 강아지까지 등장했다.
그리고 바로 그 일요일에, '나'는 집에 있었다.
어린 왕자가 말한다.
"인사나 하려고 잠깐 들렀지."
그 가벼운 인사 한 마디를 하려고 일주일 내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이들 친구들, 소년은 수줍은 척 뻐기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 책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좀 짠한 기분이다.
소년을 찾아온 이들 무수한 손님들이 어디서 나왔는지, 대체 누구인지 감이 오는가? 왕과 왕비, 그리고 어린 왕자에서 이미 감 잡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들이다.

카드의 그 등장 인물들이다. 창가에 앉아 있는 광대와 액자에 걸려 있는 강아지도 눈에 띈다.
소년의 상상력이 불러낸 그만의 친구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소년은 바빴다. 뭔가 집안 일도 해야 했고, 혼자 밖에서 연을 날리다가 연줄이 끊어지기도 했고, 폐휴지를 모아서 어디론가 가져가기도 했다.
소년의 부모님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계시기는 한 걸까. 소년은 필시, 외로웠을 것이다. 자신이 만들어낸 친구들과 단순히 '인사'하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이 작고 외로운 아이가 어쩐지 사무친다.
작은 원이 자꾸 커지다가 화면 전체를 차지하는 그림이 되고, 마지막에 가면 그 화면이 줄어들어 작은 원으로 잦아든다.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보던 그 비슷한 기법이다. 이렇게 예쁘장한 제목에, 밝은 노랑 표지를 한 그림책인데 외로운 소년의 모습을 보니 슬프다. 소년에게 기꺼이 친구가 되어준 왕과 왕비, 어린 왕자 등등은 고맙게 느껴진다. 부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도 소년이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