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하장사 마돈나 - Like a Virgi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원래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보았는데 언니가 보고 싶어해서 다시 한 번 보게 되었다. 다시 봐도 역시 재밌고, 역시 감동 덩어리!
극장에서 볼 때는 같이 보기로 한 친구가 늦게 오는 바람에 앞에 10분을 잘린 채 보았는데 이번에 앞자락을 볼 수 있었다. 특별히 뭔 내용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동구의 피눈물 나는 아르바이트 내용과 이미 앞서 천하장사임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부분을 볼 수 있었다.
주인공 동구는 남자의 성으로 태어났지만 여자가 되고 싶어한다. 아니, 자신의 성 정체성을 '여자'라고 인식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흥얼거리던 마돈나의 노래는, 동구가 닮고 싶고 되고 싶어하는 여성의 노래지, 남성의 눈으로 마돈나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500만원이면 여자가 될 수 있다고 믿은 것은 어떤 근거에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동구는 악착같이 돈을 모은다. 고등학교 1학년생이 200만원의 돈을 알바로 벌었다면 오죽이나 애를 썼을까.
그렇지만 그런 노력들은 아버지가 사고를 치는 바람에 단숨에 물거품이 되고 만다. 권투선수였던 아버지는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그만두어야 했고, 중장비 기사로 일을 하지만 뒤틀리는 일이 있으면 앞뒤 안 가리고 주먹부터 날아간다. 사장을 때려서 고소를 당하고, 동구는 자신이 모은 돈으로 합의금을 지불해야 했다.
엄마는 폭력을 쓰는 아버지를 피해 집을 나가서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고, 동생은 점점 아버지의 성격을 닮아간다. 그 와중에도 '사랑'을 키워가며 꿈을 접지 않는 동구. 그런 동구에게 기사회생의 길을 열어준 것은 "씨름"이다. 순전히 장학금 500만원이 탐나서 시작한 거였지만 은근슬쩍 이름부터 재능있다는 동구를 알아본 씨름부 감독님(백윤식). 그리고 씨름부 선배들... 동구의 단짝 친구 등등은 이 작품에서 제대로 코믹한 부분을 담당하지만 은연중 진지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게 해 준다.
잿밥에 더 관심 있었던 동구가 더 진지하게 씨름에 집중하게 되는 것, 늘 라이벌에게 지기만 했던 최고참 선배가 기어이 라이벌을 꺾어가는 과정, 아들을 인정할 수 없는 아버지의 몸부림, 그런 아버지에게 당신과 아들의 차이를 말해주는 엄마,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들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겠다고 약속한 엄마.
사실 우리 사회에서 상당히 금기된 주제를 다루었음에도, 이토록 자연스럽게, 또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 작품은 드문 것 같다.
작품은 해피엔딩처럼 끝이 났지만, 동구가 끝내 여자가 되었는 지는 알 수가 없다. 클럽에서 한껏 차려 입고 노래를 하는 동구와, 그런 동구를 박수를 치며 격려해 주는 엄마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노력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고, 엄마의 약속이 여전히 지켜지고 있음은 확인할 수 있다.
충분하진 않더라도, 그 정도라면 우리는 그들의 행복을 짐작하며 박수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 내게 온 문자 하나.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보았니? 안 보았다면 꼭 보길 바래. 정말 보석같은 영화거든."
그 말에 나도 200%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