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 Woman Is the Future Of M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홍상수 영화로는 처음 보았다.  워낙에 말들이 많은 감독이기 때문에 궁금하기도 하고 조금 두렵기도(?) 했다.  왜들 그렇게 그의 영화를 불편하게 하는 지는,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뒤에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그건, 지독히도 적나라하기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우리가 드라마를 보든 영화를 보든, 그런 매체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일종의 대리만족 같은 게 있는데, 그의 영화에서의 주인공이나, 혹은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 등은 너무 현실과 닮아 있거나 그 이상으로 솔직해서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예쁜 화면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사실적인.. 직접적인, 그래서 불편하고 까칠한... 그런 영상들.

주인공들의 대사나 연기도 마찬가지다.  김태우와 유지태의 대사를 듣고 있노라면, 말로는 선배 후배지만 서로를 존중한다거나 위한다거나 이해해주는 것은 없고, 마지못해 만나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더 웃긴 것은 그럼에도 아예 관계를 잘라내지 않는다.  어찌 됐든, 최소한의 관계의 끈은 이어진 채로 남겨둔다.  그것도, 어쩐지 사실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여 역.시. 불편했다.

소유의 관계.
성현아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정복하려고 했던 군대간 선배.  그런 그녀를 씻겨주면서, 또 자신과의 섹스를 통해 넌 이제 깨끗해졌다고 말하곤 속절 없이 휙 유학 가버리는 김태우, 선배의 연인이었다는 것을 알지만 역시 그녀를 가지려고 하는 유지태.  관계를 갖기 전에는 온갖 달콤한 말이 오갔지만, 일이 끝나고 나서 바로 나오는 말들은 달콤함과는 지극히 거리가 멀다. "너 다리에 털 많다." 이런 식의 더 이상 조심하지 않는 말들.

그렇게 무책임하게 관계만 어질러 놓고 시간을 훌쩍 뒤로 가버린다.  그리고 오랜 시간 지나 다시 만난 그들은, 하룻 밤 동안 서로 줄다리기를 하며 눈치 작전으로 성현아를 다시 한 번 정복하려고 애쓴다.  그녀는 그런 그들을 적당히 달래주고 또 적당히 약올리며 관계를 갖는다.

대체, 왜 제목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라고 했을까?  다시금 그들이 그녀를 가지려고 하니까 그녀가 정복자의 입장, 보다 우위에 선 것일까?  사실, 그래보이지도 않는다..ㅡ.ㅡ;;;

감독의 뜻을 재차 짚어보기도 전에 이미 영화감상의 맛은 떨어져버렸고, 쓸쓸하고도 허무하게, 그리고 허탈하게 영화는 끝이 나버린다.

아, 소득은 있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이런 느낌이구나.  최근, 고현정 주연의 해변의 여인이 개봉했건만 아직도 하고 있는 지는 모르겠다.  고현정의 그의 영화를 선택했을 때 굉장히 뜻밖이었다.  고현정이라고 다를까?  싶어서...

작품의 미학이라던가 예술성은 사실 난 잘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불편한 영화는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것...

그리고 살찐 유지태는 영 아니었다.ㅡ.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