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는 기대가 큰 작품이었다. 일단 다모에 열광했던 폐인이었던지라 걱정과 우려도 컸지만, 그래도 이명세 감독이고 강동원과 하지원, 안성기 등이 나오는데 작품이 안 나올 리 없다고 난 믿어버렸던 것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떠올리면, 그땐 장동건도 조연이었다... 뭐 이런 정도와, 안성기 대사 참 없다... 뭐 이런 것과, 그리고 음악 끝내줬었다!까지 기억난다.
프란체스카와 소울 메이트를 볼 때 느낀 거지만(둘 다 노도철 피디!) 감독들은 음악에도 탁월한 감각을 지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감독이 있겠지만, 극 전체를 아우르는 감독은 본시 총 책임자가 지녀야 할 터, 그런 면에서 난 형사를 보면서 내내 즐거운 기분이었다.
누군가는 필요 이상의 파격이었다고 얘기했는데, 사극에 클래식 선율을 이토록 과감히 입혀놓은 감각이란 단순히 과잉을 넘어서 일종의 확신같은 게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이런 작품은 큰 화면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스피커를 갖춘 데서 들어야 한다. 집에서 볼 땐 이런 면이 영 분위기 다운 시킨다.ㅡㅡ.;;
영상도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우리 한복의 특징이긴 한데, 보색 대비가 이토록 아름다운 칼라를 다른 옷에서 본 적이 없다. 작품 속에선 의상뿐 아니라 조명 자체가 아주 예뻤다. 초반부터 성적 긴장감을 잔뜩 유발하더니, 등장인물에선 오히려 여주인공보다 남주인공 강동원을 통해 섹쉬함을 보여줬달까...;;;;;
대사 없이 눈빛과 처연한 듯한 미소가 그의 입장과 감정을 대변해 주는데, 달빛 아래 담장 아래서 둘이 검을 나누는 장면은 그 자체가 검무로 보이듯 황홀하게 아름다웠다.
그래서, 작품을 다 보고나서는 스토리의 부재가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다. 드라마도 용두사미 격으로 잘 나가다가 끄트머리에서 미끄러졌는데, 두시간 필름에 어찌 담을까 걱정이었건만, 감독은 오히려 뒷통수를 치듯 스토리는 알아서 생각하게~ 모드로 일관한다.ㅡ.ㅡ;;;;
재밌는 것은, 감독의 그런 주문이 먹힌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주변의 사람들, 여자들은 이 작품을 보고서 강동원과 하지원에 열광하며 딱부러지게 떨어지지 않는 결말의 의미를 굳이 문제삼지 않았다. 나로서도 그게 크게 문제될 건 없다는 생각이다.
대중적이기보다 대단히 매니아적인 요소를 듬뿍 지닌 작품인데, 그것도 이명세 정도 되니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보는 사람이 없는데 뚝심 지키기는 어려울 게 아닌가. 뭐, 김기덕 같은 독특한(!) 감독도 있지만^^;;;
하여간, 이 작품은 강동원의 재발견이었다. 내 짐작보다는 연기를 잘한 것. 하지원은 사투리가 영 어색했고, 안성기의 코믹은 대본의 문제점이 보였지만 그래도 음악과 영상으로 다 용서된다.
나로서는 앞으로도 이명세 감독이 지금같은 감각을 계속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뭐, 대중의 평가야 내가 책임질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