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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이야기 - 3~8세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7
게일 헤일리 지음, 임혜숙 옮김 / 보림 / 1996년 7월
평점 :
'이야기 이야기(a story a story)'라는 제목이 재밌다. 아프리카에는 '거미 이야기'라고 불리는 이야기가 많다고 한다. '거미 사람' 아난스에 관한 이야기이든 아니든. 이 책은 거미 이야기가 생기게 된 유래를 알려주고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강조를 하고 싶으면 말을 되풀이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이 책의 제목도 '이야기'를 강조해서 두 번 말했나 보다.
아프리카 이야기꾼들은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정말이지,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참말이라는 건 아니야. 참말이라는 건 아니야. 이야기는 이야기야.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렴."
아난스가 이야기한다. 한 번은 꼬마들이 주위에 둘러 앉았는데, 그때는 세상에 이야기가 없었던 시절이라고 한다.
모든 이야기가 하느님인 니야메의 것이었기 때문. 욕심장이 니야메는 이야기를 황금 상자 안에 넣어 옥좌 옆에다 두었더랬다. 아니, 이야기를 혼자 끌어안고 있었다니, 정말 재미 없는 하느님이 아닌가!!!
그래서 거미 사람 아난스는 하느님에게 이야기를 사고 싶어서 하늘까지 닿는 거미줄을 짰다.
목판화로 작업한 그림인데, 거미 사람의 근육과 뼈다귀와 라인이 너무 적나라하다!
하느님은 아난스의 소원을 듣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트웨, 트웨, 트웨. 내 이야기 값을 말해 주마. 무시무시한 이빨이 있는 표범 오세보하고, 불처럼 쏘는 말벌 믐보로하고, 사람 눈에 안 보이는 요정 므모아티아를 내게 데려오너라."
아난스는 요구 조건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하느님은 비웃었다. 아난스처럼 힘없고 늙은 사람이 이야기 값을 치를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기 때문. 강하고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던 그로서는 가소로운 이야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아난스는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독자들은 벌써 기대하고 있다.
아난스의 재치와 지혜와 힘과 용기가 담긴 사냥(?)씬 세 가지는 생략했다.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의 궁금증을 높여주는 센스!
거미줄로 오세뵤, 믐보로, 므모아티아를 꽁꽁 묶어서 하늘까지 닿는 거미줄을 짜버린 아난스. 자신이 낚은 포로들을 하느님 발 아래 털썩 내려놓는다. 기어이 이야기 값을 치러버린 아난스. 하느님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
"보잘것 없는 거미 사람 아난스가, 내가 요구한 이야기 값을 치렀다. 그를 찬양하는 노래를 불러라. 내 명령하노라."
"지금부터 영원토록 내 이야기는 아난스의 것이며, '거미 이야기'라고 불릴 것이니라."
(꼭 예배 마지막에 축도하시는 목사님 목소리처럼 들린다.... '아멘'이라고 외쳐야 할 것 같은 분위기....;;;;)
그리하여 아난스가 들고 내려온 황금 상자를 열었더니 세상 곳곳에 이야기가 퍼졌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
이 책의 마무리는 깔끔하면서 재치있고 그리고 매력적이다. 아난스는 말한다.
"이 이야기는 내가 했으니까 내 이야기란다. 듣기 좋았든 안 좋았든 말이야. 네가 가질 건 갖고, 내게 남길 건 남기렴."
이런 마무리, 아주 훌륭하다. 써먹을 데가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