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신데렐라가 아니야!
샤를로테 데마톤스 지음, 김희정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2월
절판


노란 풍선의 세계 여행으로 나를 아주 즐겁게 해주었던 샤를로테 데마톤스의 책이다.
이번에도 온갖 명작 동화의 주인공들이 떼로 등장하는데 표지 앞 뒤로 장식한, 이 책의 출연진들 되겠다. 드림팀 나오세요~

그림을 보는 순간 감이 오시는가? 지푸라기로 금실을 만들어야 할 방앗간집 딸도 보이고, 빨간 두건 아가씨에, 개구리 왕자, 잠자는 숲속의 미녀, 라푼젤, 신데렐라, 백설공주, 헨델과 그레텔 등등등이다. (개인적으로는 신데렐라의 두 언니 표정이 참 재밌다. 구두가 맞다는 걸 알고서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ㅋㅋㅋ)

그렇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명작동화의 그네들이 아니고, 바로 로스라는 소녀다.
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에 사는 로스. 한 마디로 현대가 배경이다.
어느 따뜻한 봄날 창 밖을 내다 보니, 낡은 풍차가 돌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아주 오랫동안 멈춰 있던 풍차가 돌아가다니, 로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말았다.
그래서 배낭 메고 풍차로 달려간 로스! 그림의 컷 구도가 참 시원시원하다.
풍차 가까이 다가가자 멀어서 보이지 않던 인물들의 얼굴이 보인다. 원근법 제대로 써 주셨다!

로스를 향해 신데렐라라고 부른 소녀는 바로 빨간 모자 그 아가씨.
로스는 자신이 신데렐라가 아니라고 했건만 풍차 안에 모인 사람들은 신데렐라를 찾았다고 모두들 흥분한다. 뚜벅뚜벅 걸어 나와 다짜고짜 구두를 신겨 보는 왕자님!
(근데 유리구두가 아니라 황금 구두다!)

보아하니, 이들 인물들은 신데렐라까지 구색을 갖춰야 자기들 사는 동화 나라로 돌아갈 수 있나 보다. 신데렐라를 찾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신데렐라 역이 필요한 걸지도.
사실 황금 구두는 로스에게 너무 컸다.
뒤늦게 로스가 신데렐라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화가 나서 씩씩대는 저 황당 왕자라니!
왕자는 다시금 신데렐라를 찾으러 떠나버리고 혼자 남겨진 로스!

그런데 너무 급히 가버려서 구두도 안 가져갔다.(바부팅이!)
결국 신데렐라의 구두를 찾아주는 것은 온전히 로스의 몫이 되어버렸다는 이야기.
그런데 이 오지랖 넓은 소녀의 신데렐라 찾기는 쉽지가 않다.
웬 마녀가 자기 고양이 내놓으라고 막 닥달을 했던 것!

결국 로스는 검정 고양이 찾느라 분주했는데, 갑자기 뛰쳐나오는 두 아해!
얼라, 과자를 들고 있고, 저기 비스켓으로 지어진 집은???
바로 헨젤과 그레텔 되시겠다.
집 수리하는 데 동원된 일곱 난장이들, 무척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밖에 장화를 빼앗겨 버린 거인도 만나고, 이리저리 도망치다가 어느 집에 다달은 로스!
그리고 이 훌륭한 집 다락방으로 올라가다가 드디어 임자를 만난다. 누구? 열심히 청소하고 있는 신데렐라 말이다!

아, 그런데 이 다락방 참 훌륭하다. 신데렐라가 워낙 열심히 청소한 까닭에 깨끗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채광이 좋다. 게다가 다락방답지 않게 천장도 높다. 빨간 머리 앤이 여기서 책을 읽으면 딱이겠다. 나도 이런 방 갖고 싶다!

우야튼! 신데렐라에게 무사히 신발 배달(?)한 로스. 다시 원근법을 이용한 구도로 집에 돌아오는 길이 보여지고...
이제 동화나라와는 영영 이별할 것만 같다. 때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집에 와보니 웬 시커먼 고양이 한 마리가 제 집인 양 앉아 있는 게 아닌가.
오홋, 누군가 고양이 잃어버렸나 보네. 이를 어쩌나?
주인 찾아줘야겠는 걸!
오지랖 넓은 로스가 가만 있을 리가 없다.
아, 로스의 동화 나라 여행은 투 비 컨티뉴드~라는 이야기.
부럽구나. 나도 동화나라 가보고 싶다.
내가 가보고 싶은 동화 속은 어떤 나라일까?
인어공주 속으로 들어가서 왕자님을 구한 건 인어공주라고 말도 하고 싶고, 란푼젤에게는 말조심 하고 무사히 도망치라고 말해주고 싶고, 피노키오에게는 거짓말 하지 말라고도 말해주고 싶다.

그나저나 로스, 정말 멋지다. 왕자님을 만난 순간, 신발이 맞든 안 맞든 덥썩 물고 내가 신데렐라요! 하지 않고, 난 신데렐라가 아니라고 당당히 말하는 그 또랑또랑함이라니!

이 작가 책으로 못 본 게 하나 더 있던데, 또 찾아 읽어야겠다. 글도 그림도 모두 맘에 든다. 멋진 작가, 완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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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9-02-20 0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마지막 장면의 저 표정, 아주 마음에 드는걸요. ^^

마노아 2009-02-20 13:03   좋아요 0 | URL
기대와 흥분이 가득찬 표정이지요. 와방 부러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