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와 황소 민들레 그림책 7
이억배 그림, 현동염 글 / 길벗어린이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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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에 꽂혀 있던 이 책이 자꾸만 봤다고 착각이 들었던 것은, 아마도 순오기님 리뷰 때문인 듯! ^^

먼 동이 터올 무렵 일터로 나갈 준비를 하는 황소. 아침 식사는 구수한 김이 무럭무럭 나는 콩 섞인 여물죽.
이를 본 병아리 입에 군침이 돈다.

이억배 작가님의 그림에는 특징이 있는데 직선과 곡선의 공통된 느낌이 있다. '결'이라고 할까. 굵은 선을 쓰는 것도 그렇고 공통으로 갖게 되는 느낌이 늘 정겹다.

병아리와 사이 좋게 나눠 먹는 것을 보고서 소가 어리석고 못났다고 착각한 파리 한 마리.
소의 피나 빨아먹으려고 덤비다가 이내 경을 친다.

여기서 충격! 파리가 피를 빨아 먹는 존재였던가? 그냥 지저분하고 귀찮은 곤충으로 생각했는데 피라니, 충격이다!

'다우치다'라는 표현이 등장했는데 사진 동원. 이 작품에는 옛말이나 북한말이 종종 등장한다. 사전을 껴야 한다는 건 다소 슬프고 미안한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찾아볼 수 있다면 그건 또 고마운 일!

잘못했다고 싹싹 비는 파리. 그 모양새가 웃겼던 모기 한 마리.
소는 자신들과 다르다고 여기는 파리,
소쯤은 자기 발 아래 있다고 믿는 모기.

이 둘의 옥신각신 싸우는 모습이 우습다.
날개짓이 어찌나 격렬한 지, 옆에 있었다면 시끄러워서 잠은 다 잤을 듯하다.
(물론, 그 전에 녀석들이 죽을 지도...;;;;)

제 실력을 보여주겠노라고 깐죽대는 모기 녀석. 애앵대며 날아다니는 모습과 귀찮고 짜증나고 화딱지도 나서 흘깃 노려보는 황소의 표정이 대조적이다.
그림으로만 봐도 모기 녀석 당장 혼쭐을 내고 싶어진다.

거어이 제 무덤을 파버린 모기 한 마리, 장렬히 전사하시다. 방법은? 알잖아, 소꼬리의 위력!
엉덩이깨의 붉은 자국이 피빨린 자국인가 보다.
소의 엉덩이에서 다리로 내려오는 부분의 거뭇거뭇한 흔적.
영화 워낭 소리를 보면서도 소의 뒷태에 더덕더덕 붙은 게 잔뜩 보였는데 그게 아마 '똥'???
아무튼, 시끄러운 모기 한 마리는 제 명에 못 살고 죽었고,
우리의 황소는 다시 순하디 순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저 맑은 눈망울을 보시라. 모기 녀석 한 마리 혼쭐 내줬다고는 보여지지 않는다.

아무튼, 파리 녀석은 정신 차리고 멀리멀리 도망을 갔는데....
그럼 이때 혼쭐이 나서 피를 안 빨게 된 것일까?
아님, 진짜 피도 빨아 먹는데 여태 내가 몰랐던 것일까?
12월이 되도록 모기가 사라지지 않아서 이상기온이 확실하구나! 라고 여겼는데, 새해 들어선 모기는 보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금세 모기가 부활할 날씨가 돌아올 테지.

모기와 황소를 보고 나니, 황소와 도깨비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소가 나오는 동화만 모아서 읽어봐도 재밌겠다. 소가 나오는 동화가 또 뭐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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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2-20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억배 선생님 그림이 제대로 살아나죠. 소털 한 올 한 올~~
워낭소리는 못 봤지만 소 뒷태에 더덕더덕 붙은 건 떵이 맞을 거예요.^^

마노아 2009-02-20 01:48   좋아요 0 | URL
역시 역시 떵이 맞군요! ㅎㅎㅎ
워낭소리는 엄마 모시고 가서 보면 좋았을 텐데 혼자 가서 아쉬웠어요. 그런 영화인 줄 미처 몰랐거든요. 정말 짠함 그 자체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