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방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49
유리 슐레비츠 글, 그림 |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유리 슐레비츠의 작품 중 내가 보던 것과는 그림 분위기가 확 달라서 당황했다. 전에는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어딘가 이 세상 아닌 것 같은 그런 분위기여서 동화의 느낌은 덜했는데, 이번 책의 그림은 확실히 동화스럽다. 익살스럽고 재치있고, 색깔도 원색 위주인 것이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어느 날 한 임금님이 사막을 지나가고 있었다. 임금이라기보단 '술탄'이라고 불러야 더 어울릴 것 같은 분위기다.  

노란 사막이 뜨겁게 보이기보다 재밌어 보인다. 고개를 빳빳이 든 임금님의 저 표정이란, 은근히 귀엽다니까!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마주친 한 노인. 임금이 묻는다. 

"어이 하여 그대 머리칼은 허연데, 수염은 검은가?" 

"제 머리칼이 수염보다 늙어서 그렇사옵니다." 

임금은 노인의 대답이 맘에 들었다. 그래서 자신의 얼굴을 99번 보기 전엔 아무에게도 그 얘길 하지 말라고 명했다.  

(그런데 정말 왜 머리카락이 먼저 하얗게 될까? 과학적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노인의 말이 바로 정답일 것 같은 기분!)



 궁전에 돌아온 임금은 우두머리 대신에게 왜 사람의 수염보다 머리칼이 먼저 하얘지냐고 묻는다.  

바로 뭔가 있다고 눈치 채는 우두머리 대신! 잽싸게 사막으로 달려가 수염 검고 머리 허연 노인에게 묻는다.  

임금과의 약속이 있는데, 노인은 과연 입을 열었을 것인가, 말았을 것인가? 궁금하시면 책을 보시라!



지혜롭고 겸손한 노인과 야비하고 못된 우두머리 대신을 보면서 우리의 전래동화가 떠올랐다. 자신의 비밀의 방에 어려울 적 입었던 옷과 지팡이를 간직하고서 지난 날을 잊지 않으려고 했던 그 대신...  

다른 나라에서도 곧잘 전해오는 이야기인 듯하다.  

내용도 훌륭하지만 그림이 더 맛있었다. 유리 슐레비츠가 이런 그림도 그린다는 걸 안 것도 하나의 수확. 재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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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2-20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유가 깊은 책이에요. 그림도 유리 슐레비츠의 다른 그림과 다르죠.^^
전에 내가 올렸던 책~~

마노아 2009-02-20 01:53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왜 순오기님 리뷰를 지나쳤을까요. 지금 막 보고 오는 길이에요.
근데 놀라운 사실 하나 알았어요! 중고샵에서 산 책도 '구매자' 표시가 뜨네요.
전 순간 제가 새 책으로 샀나 하고는 확인해 봤는데 다른 책도 '구매자' 표시가 같이 뜨네요.
오홋, 반가운 조치에요. 알라딘에서 샀는데 구매자 표시 안 뜨면 섭하죠.
이 책 넘넘 맘에 들어요. 후후훗 조카 주지 말고 내가 가질까 하는 생각이 모락모락...
녀석이 요새 책에 관심이 식어서 선물을 당분간 안 줄 생각이거든요.